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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소리 해독 대회 첫 수상자 발표
美 연구진, 돌고래 이름 이어 단어 22가지 밝혀
佛 연구진, 문어가 다리 흔들어 말하는 手話 해독
돼지 소리 이어 표정까지, 인도적 사육에 도움

콜러 두리틀 대회(Coller Dolittle Challenge) 홈페이지 그림. 동물복지 사업을 하는 영국 제러미 콜러 재단과 이스라엘 텔아비브대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매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과 동물의 소통에 이바지한 연구를 선정해 시상한다./Coller Dolittle Challenge


영화에서 두리틀(Dolittle) 박사는 반려견은 물론 오리, 기린, 고릴라까지 온갖 가축, 야생동물과 대화를 한다. 행동을 보고 의도를 짐작하는 것도 아니다. 말로 대화한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드는 과학자들이 있다.

미국 우주홀 해양연구소의 라엘라 사이히(Laela Sayigh) 박사 연구진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콜러 두리틀 대회(Coller Dolittle Challenge)’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물복지 사업을 하는 영국 제러미 콜러 재단과 이스라엘 텔아비브대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올해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과 동물의 소통에 이바지한 연구를 선정해 시상한다.

대회의 목표는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을 파악해 인간이 같은 방법으로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대회 과학위원장인 요시 요벨(Yossi Yovel) 텔아비브대 교수는 “최종 목표는 동물의 자체 신호를 사용한 인간과 동물의 양방향 소통”이라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면 현금 50만달러(한화 약 6억5000만원) 또는 1000만달러(139억원) 투자를 받는다.

돌고래들의 휘파람 대화 해독
대상 기준에 도달하지 않아도 매년 동물의 의사소통 연구를 발전시킨 성과에 1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 첫 수상자인 우주홀 해양연구소 연구진은 큰돌고래(학명 Tursiops truncatus)가 내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AI로 분석해 20개 이상 의미를 구분했다.

연구진은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만(Sarasota Bay)에 사는 큰돌고래 170마리의 휘파람 소리를 AI로 분석해 식별과 무관한 소리 22가지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어떤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근처에 오지 않아 경고어로 해석했다.

돌고래는 자신이나 상대를 구별하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고 알려졌다. 바로 서로를 알아보는 ‘식별 휘파람(signature whistle)’이다. 말하자면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는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연구진은 AI 분류 방법을 도입해 이 어휘 목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큰돌고래 어미는 새끼와 의사소통할 때는 평소보다 높은 음으로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밝혀졌다./Getty

앞서 연구진은 돌고래 어미가 새끼를 부를 때 쓰는 특이한 휘파람도 분석했다. 1984~2018년 암컷 큰돌고래 19마리에 흡착 마이크를 붙이고 새끼 돌고래와 헤엄칠 때, 혼자 또는 다른 성체 돌고래와 있을 때 내는 서로를 부르는 휘파람 소리를 녹음해 분석했다.

사람은 흔히 아기에게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혀 짧은 소리, 비음 섞인 목소리를 낸다. 우주홀 연구진은 202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큰돌고래도 새끼와 소통할 때 음높이가 평소보다 더 높고 음높이의 범위도 더 큰 휘파람 소리를 낸다고 발표했다.

나이팅게일 노래와 문어 수화도 분석
올해 대회 결선에는 다른 세 팀도 올랐다. 그중 한 팀은 문어 두 종(種)이 동료와 일종의 수화(手話)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의 피터 네리(Peter Neri) 박사 연구진은 AI 분석을 통해 문어가 다리로 쓰는 네 가지 수화 신호를 구별했다.

문어는 동료가 수신호를 하는 영상을 보고 화면에 다리를 흔들며 응답했다. 과학자들이 문어가 다리를 흔들 때 나오는 소리를 재생하자 역시 같은 동작으로 응답했다.

네리 교수는 지난 15일 사이언스지에 “문어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외계 생명체”라며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매우 복잡하고 물의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은 우리의 청각 시스템과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말했다.

문어는 다리 8개를 움직여 상대와 의사소통한다./Flickr

독일 막스 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는 지난달 AI로 참새목(目) 조류인 나이팅게일(Luscinia megarhynchos)의 소리를 음절로 분해해 노래의 구조와 문법을 분석한 결과를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들의 목표 역시 노랫소리의 의미를 해독하고 새들과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네 번째 팀은 예루살렘 히브리대의 데이비드 오메르(David Omer) 교수 연구진이다. 이들은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영장류인 비단마모셋(Callithrix jacchus)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다고 발표했다. 동물이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은 그전에는 인간과 돌고래, 코끼리에게서만 관찰됐다.

가축 소리 해독하는 연구도 발전
인간이 동물과 그들의 말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동물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유고래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향유고래는 몸길이가 최대 24m까지 자라고 몸무게도 74t에 이르는 대형 고래이다. 뱃속에 쌓인 물질로 용연향(龍涎香)이란 고가의 향료를 만들 수 있어 마구 잡아 멸종 위기로 내몰렸다. 사냥이 아니더라도 선박과 충돌하거나 그물에 걸려 죽는 일도 많았다.

과학자들은 노래를 통해 향유고래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향유고래가 노래를 부를 때 기본음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알파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20년 유니버설 픽처스가 개봉한 두리틀 포스터. 국내에선 '닥터 두리틀'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영화에서 두리틀 박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유니버설 픽처스

가축의 소리를 통역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축산업은 동물 통역 연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가축이 편안한지, 불편한지 알고 문제점을 해결하면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202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인공지능으로 돼지의 소리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92% 정확도로 읽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돼지 411마리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녹음한 파일 7414건을 AI로 분석했다. 돼지는 늘 꿀꿀댄다고 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배가 부르면 낮게 꿀꿀거리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높은 소리로 꽥꽥 울었다.

최근 AI는 동물의 소리에 담긴 뜻을 통역하는 데 이어 표정에 담긴 감정까지 해독하고 있다. 닥터 두리틀이 동물과 대화하는 데 이어 이심전심(以心傳心) 단계까지 발전할 날이 머지않았다.

참고 자료

bioRxiv(2025), DOI: https://doi.org/10.1101/2025.04.21.647658

bioRxiv(2025), DOI: https://doi.org/10.1101/2025.04.13.648584

bioRxiv(2025), DOI: https://doi.org/10.1101/2025.04.12.648496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p3757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7221-8

PNAS(2023), DOI: https://doi.org/10.1073/pnas.2300262120

Scientific Reports(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2-07174-8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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