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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위치한 한 정수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이나 댐 등에서 모인 원수는 6~7단계의 정수단계를 거쳐 수돗물로 공급된다. 상수도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안전한 수돗물 공급 체계가 인류의 건강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수 처리를 위해 투입된 화학물질이 물 속 성분과 결합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생겨나기도 한다.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 등으로 원수에 함유된 유기물이 정수 과정에서 살균소독 물질 염소와 반응하여 생성되는 총트리할로메탄(THMs)이 가장 대표적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최근 기후위기로 기온이 점점 상승하는 탓에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경우도 증가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 등 수도당국들이 기준치를 강화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경향신문과 먹는물네트워크가 환경부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상의 2012~2024년 사이 수질 자료에서 각 정수장별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확인한 결과, 수돗물 내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국내 기준치인 ℓ당 0.1㎎를 기록한 것은 8회, 0.09㎎가 넘은 사례는 101회, 미국 기준치인 0.08㎎를 넘은 사례는 366회로 집계됐다.



현재 한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은 먹는물의 총트리할로메탄 수질기준을 ℓ당 0.1㎎로 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0.08㎎, 독일은 0.05㎎, 네덜란드는 0.025㎎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은 한국과 기준치가 같았으나 임신부 대상 실험에서 ℓ당 0.075㎎ 농도의 총트리할로메탄이 포함된 수돗물을 하루 5잔 이상 마신 그룹에서 유산율이 이보다 적은 양을 마신 그룹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 확인된 뒤 기준치를 강화했다.

선진국들이 기준치를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미국 기준치를 놓고 지역별로 비교했다.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서울과 제주는 조사기간 ℓ당 0.08㎎를 넘은 사례가 없었다. 전남이 113회로 가장 많았고, 경북(84회), 인천·경기(각 36회, 강원(35회)이 뒤를 이었다. 기초지자체 가운데는 경북 포항이 43회로 가장 많았고, 전남 신안(39회), 경북 영천(23회)이 뒤를 이었다. 전남 진도와 영광에서도 17차례 이 수치를 넘어선 사례가 확인됐다.

흔히 소독부산물이라고도 불리는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수돗물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지 않게 하려면 염소 소독을 중단해야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염소 소독을 대체할 수 있는 오존 소독 방식이 적용된 곳이 많지 않다. 낙동강 등 녹조 현상이 극심한 하천 유역 정수장에서는 염소 소독량이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전남과 경북 등에서 총트리할로메탄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4대강사업으로 인한 영산강과 낙동강 수계 오염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수장별 취수원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영산강과 낙동강 본류의 오염과 염소 소독제 투입이 지류 하천들에서도 소독부산물 발생을 유발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은 특히 방광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휘발성이 있어 코나 피부로도 흡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샤워나 설거지, 요리 등 과정에서도 노출될 수 있다.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는 기온이 높을수록, 물 속 체류 시간이 길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기후위기가 심화돼 평균기온이 올라갈수록 수돗물에서 이 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수장에서는 기준치를 넘지 않더라도,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에선 기준치를 넘는 농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는 정수장에서 수도꼭지로 가는 사이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가 최대 66.1%까지 올라간다는 내용이 보고돼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 정수장에서 관 말단, 즉 수도꼭지로 이동할 때 29.2%가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시 아리수본부의 수질 측정 결과에서도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정수장 내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보다 적게는 20%가량에서 많게는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수계에서 원수를 공급받는 서울 지역은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정수장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ℓ당 0.08㎎ 정도였다면 가정의 수도꼭지에서는 0.1㎎을 넘길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특히 아파트나 대형 빌딩 등 공동저수조에 저장한 물을 이용하는 경우 이 물질의 농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 등이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측정하고는 있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정수장별로 관말 수도꼭지에 대해 측정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1년에 4회, 분기마다 한번씩만 실시하는 데다 가장 기온이 높아 이 물질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7월과 8월에는 측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최근 5년간 허용한도를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자체에는 기술지도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어 “총트리할로메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준치 강화에 대해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용역을 실시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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