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50대 중국동포 차철남이 경찰에 붙잡혔다. 최초신고 이후 약 10시간 만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 차철남(57)을 긴급체포했다고 19일 밝혔다.

차씨는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자신의 집 등에서 중국동포 2명을 살해하고, 이날 인근의 편의점주와 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차씨를 공개 수배하고 추적하던 중 오후 7시24분쯤 시흥시 정왕동 시화호 주변에서 그를 검거했다.

차씨는 범행 직후 자전거를 타고 도주하다 이날 오후 2시3분쯤 시와호 주변에 자전거를 버렸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차씨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차씨가 자전거를 유기한 장소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그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차씨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 등도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8시32분쯤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차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경제적인 거래가 좀 (있었다). 저한테 돈을 꿨는데 그걸 12년씩 갚지 않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할말 없냐”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참 마음이 아프다. 사람 죽은 건, 죽었잖느냐”고 답했다.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차씨는 이날 오전 9시34분쯤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60대 점주 A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A씨는 얼굴과 복부에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차씨가 자기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차씨는 뒤이어 오후 1시21분쯤 편의점에서 약 2㎞ 떨어진 한 체육공원에 있던 70대 내국인 B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B씨는 차씨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으로 복부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B씨의 진술을 토대로 보면, 차철남은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B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차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차씨의 자택과 인근에서 중국동포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숨진 두 사람은 형제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볼 때 사망한 지 시일이 지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씨가 모든 혐의에 대해 시인했다”며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시흥시는 이날 오후 4시42분쯤 재난문자를 보내 “오늘 정왕동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색 중입니다. 시민분들께서는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이에 시흥 시민들이 가입한 한 온라인 카페에는 “아이학원이 늦게 끝나는데 너무 불안하다”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라” “우리 동네인데 아직 안 잡혔다고 해서 너무 무섭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불안을 호소했다.

경향신문

김현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