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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떨어져도 (원전) 파괴·고장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19일 티브이토론회)

“극한 재해와 항공기 충돌 대비…그 이상은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자연재해, 항공기 충돌 말곤 요구 기준 없어

지난 18일 21대 대선후보 첫 티브이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자력발전소에 가서, 원자력 안전연구소에 가서 점검해봤는데, (일본)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소형 원자폭탄 정도가 떨어져도 그 위에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에 고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니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야 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비롯해 전세계 어디에도 핵무기 공격을 견딜 수 있을 수준으로 원전을 지으라 요구하는 기준은 없다. 대체로 “극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도의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진·태풍·홍수·해일 등) 자연현상의 영향과 항공기 충돌, 폭발 등을 포함한 예상가능한 외부 인위적 사건의 영향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외적 요인’에 자연재해가 아닌 ‘항공기 충돌’이 들어간 것은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때문이다. 사고 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항공기 충돌을 견디도록 원전 설계 기준을 강화했는데,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극한 재해와 항공기 충돌 대비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상의 요구 기준은 없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김 후보가 언급한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의 충격은 항공기 충돌의 충격을 아득하게 뛰어넘을 정도로 크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가해진 폭파 에너지는 1천억줄(J) 정도로, 이는 히로시마 원폭 위력의 2% 수준이라는 분석이 과거 나온 바 있다.

상업 인공위성인 디지털글로브에서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한 뒤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테러 대비하라 요구하면 원전 존립 불가능”

김 후보가 언급한 ‘원자력안전연구소’는 민간단체로, 김 후보는 국가기관인 ‘원자력안전연구원’을 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9·11테러 때문에 ‘항공기 충돌’ 정도가 (안전 기준에) 반영됐지만, 이를 넘어 전쟁·테러에 대비하라 요구하면 위험성이 끝도 없이 커져 원전 자체가 존립할 수 없게 된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항공기 충돌 등은 “최소한의 선을 그은” 것일 뿐,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사실상 안전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규정집에서 “원전 운영자에게 미국의 적이 행하는 공격·파괴 행위 등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설계·조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한 소장은 “흔히 ‘보잉747이 기름 없이 비어있는 채로 격납건물에 부딪히면 버틸 수 있다’ 수준으로 이야기하는데, 기름이 가득찬 상태라면 그 위협은 훨씬 더 커진다. 미사일 공격도 버틸 수 없는데, 핵무기를 버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법령이 정하고 있는 안전 기준이 모든 원전에 전부 적용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원전 운영자로 하여금 원안위에서 정하는 설계기준을 초과하여 원자로 노심의 현저한 손상을 초래하는 ‘중대사고’를 관리하고 그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4년이나 지난 뒤인 2015년에야 처음 법제화됐다. 후쿠시마 사고는 수소폭발, 침수 등으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을 일으키는지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령에는 오랫동안 이와 관련된 관리 규정 자체가 없던 것이다. 한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원래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설계된 셈”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수명 연장을 하려는 원전들이 중대사고 대책이 없어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일들까지 일어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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