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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퍼펙트 스톰’을 우려한다. 누구는 ‘국운이 다한 것 같다’고도 한다. 정치 얘기가 아니다. 꼬여가는 경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만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그랬다. 그는 주요 업종별로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를 설명했다. “로봇, AI(인공지능), 2차전지, 가전, 전기차 등은 이미 추월당했고 반도체마저 조만간 1위 자리를 내줄 것 같다”고 했다.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국운이 다한 것 같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는 거였다.

맞는 지적이다. 당장 지표만 봐도 그렇다.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2%다.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19개국 중 가장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1.8%)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1.0%)와 한국은행 예상치(1.5%)를 밑돈다. 자칫하면 1998년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에 이어 0%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다. 5월 상순(1~10일)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23.8% 줄었다. 10대 주요 수출품 중 반도체를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다. 내수도 부진하다. 1분기 민간소비는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3.2%나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성장동력인 주요 산업의 경쟁력도 중국에 따라잡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3개 주요 제조 업종 중 자동차, 디스플레이, 2차전지, 생활가전, 조선, 일반기계, 건설기계, 철강 등 12개 업종에서 중국에 밀렸다. 반도체가 유일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년 안에 뒤집힐 것이란 우려가 많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동맹에서 우리나라는 빠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다고 재정이나 금리정책을 동원하기도 녹록지 않다. 1분기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61조원에 달했다. 작년 1분기(75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50%를 넘었다.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내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우리 국운이 다했다고 단정 짓는 건 성급하다. 첨단 업종 성장세가 한풀 꺾였을 뿐이지 방산과 조선, 화장품 등의 수출은 양호하다. K팝, K푸드, K컬처 열풍도 여전하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도 엄청나다. 관세전쟁이란 외생 변수를 감안하면 성장동력이 일시적으로 주춤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에도 위기는 수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 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외환위기 와중에 출범한 정부는 기업들과 함께 IMF가 제시한 구조조정을 충실히 이행했다. 국민들도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등 기꺼이 동참했다. 그 결과 3년가량 앞당겨 구제금융을 상환했다.

지금은 상황이 훨씬 좋다. 관건은 힘 빠진 경제주체들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느냐 여부다. 6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장·단기 경제살리기 정책을 내놓을 게 분명하다. 그 정책에 경기부양을 위한 단순 돈풀기 외에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맘껏 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만 조성된다면 이번 위기는 위기도 아니다. 대선 공약만 보면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그런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문제이지만….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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