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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도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미·일 3국이 동시에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2분기 이후 5년 만이다. 자동차 관세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일본 경기는 더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내각부는 16일 올해 1분기(1월~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율 기준으로는 –0.7%에 달하며, 시장 전망치인 –0.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분기(–0.4%) 이후 4분기 만이다.
한·미·일을 제외한 주요국들은 1분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0.246%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역시 –0.3%(연율)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연합은 0.4%, 영국 0.7%, 중국 1.2%로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특히 미국발 관세 전쟁에 취약한 모습이다.
일본의 성장 둔화는 수출 감소와 고물가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지만, 수입은 2.9% 증가해 순수출이 줄었다. 1분기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월 4.0%, 2월 3.7%, 3월 3.6%를 기록하며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에 민간 소비는 0.04%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정체됐다. 일본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향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요인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전체 고용의 8%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일본은 2024년 미국에 약 6조 엔(약 41조 원) 규모의 자동차를 수출했으며,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은 전체 대미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일부터 자동차 관세 25%를 도입한 상태다.
자동차 관세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닛산은 최근 2024 회계연도 결산 실적 발표에서 6709억엔(약 6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올해 4~5월 두 달간 영업이익이 1100억 엔(약 1조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혼다도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6500억 엔(약 6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2분기 이후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NLI 리서치 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연구책임자는 “1분기 통계에는 미국 관세의 실질적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2분기부터 그 영향이 본격화되면 경기 위축과 함께 자본 지출도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