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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관세전쟁 임시휴전]



“지금 당장 나가서 주식을 사는 게 낫겠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신호를 줬다. 5월 8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발언 후 주식시장은 그의 말대로 날아올랐다. 다우지수는 조정 국면을 벗어났고 나스닥지수는 새로운 강세장을 시작했다. 빅테크 대장주 엔비디아는 다시 3조 달러의 시가총액을 회복했다.

무역전쟁이 일단락되며 ‘Buy USA’(미국 자산 매수) 흐름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경기침체 우려가 잦아들고 글로벌 자금도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90일 유예’는 여전히 불확실한 카드다. 주말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트럼프의 돌발 발언과 미·중 간 진전 없는 협상은 언제든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두 번의 리딩방“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지만 호황이 시작되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인내심을 가지세요!!!” 지난 4월 30일 트럼프가 트루스쇼셜에 글을 남겼을 때만 해도 시장은 미국 증시의 대반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미국이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은 날이었다. 상무부 경제분석국의 사전 추정에 따르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했다. 3년 만에 위축된 미국 경제였다. 불과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 소식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8%와 2.2% 내렸다.

당시 트럼프는 주식시장의 불안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이는 자신이 4월 초에 발표한 광범위한 관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의 불안정한 주식시장은 전임자의 탓이라고 우겼다. “이것은 트럼프의 주식시장이 아니라 바이든의 주식시장입니다. 우리나라는 호황을 누리겠지만 바이든의 ‘오버행’을 제거해야 합니다.”

‘기다리라’던 트럼프가 신호를 준 건 5월 8일 불과 일주일 뒤였다. 그는 영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후 “지금 당장 나가서 주식을 사는 게 낫겠다”고 했다. 시장 랠리를 예고한 것. “이 나라는 마치 위로 곧장 날아오르는 로켓과 같을 것”이라며 “이것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숫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이나 ‘리딩방’을 만든 트럼프였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관세 유예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 SNS에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고 알렸다. 이후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9.52%, 12.16% 상승했다. 트럼프의 글에, 말에, 행동에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이 움직였다.



트럼프는 의기양양했다. “이번 (영국과의) 협상은 미국 정부가 지난 4주간 진행해온 일련의 무역 협상 중 첫 번째”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협정은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을 존경하고 진지한 제안을 테이블로 가져온다면 미국은 비즈니스에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며 “더 많은 협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이어 그 주 주말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예정되어 있었다. 트럼프는 예정된 고위급 미·중 무역 협상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징벌적 대중 관세 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이 기다려온 ‘말’이었지만 투심은 여전히 불안했다. 트럼프의 입만 믿기엔 그간 미·중의 팽팽한 긴장감, 변동성은 주식시장에 ‘시한폭탄’과 다름 없었다. 시장은 신중하게 반응했다.

S&P500지수는 0.4%, 나스닥종합지수는 0.6% 상승했다. 장중 잠깐의 낙관론에 이어 장 막판 매도세가 이어지는 양상이 몇 주간 이어지고 있었다. 울프 리서치의 전략가인 롭 긴스버그는 “S&P500지수가 2개월 전 처음으로 저항선을 돌파한 이후 약 5700선의 저항선이 상당히 견고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개발한 주식시장 체제 모델(Equity Market Regime Model)이 최악의 단계인 ‘레드존’에 돌입했다. 블룸버그 측은 이 단계가 역사적으로 S&P500지수의 향후 실적 부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레드존에 진입한 지난 7회의 사례에서 S&P500지수는 향후 12개월간 평균 5.6%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약 21개월간 중립적인 ‘옐로존’에 머물렀다.

시장 의견은 엇갈렸다.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추가 매도에 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예고는 현실이 됐다.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 각각 낮추기로 합의했다. 휴전 기간은 최소 90일. 트럼프는 이날의 협상이 미·중 관계의 ‘완전한 재설정’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관세 협상에 시장은 환호했다. 미국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S&P500은 3.3% 급등했다. 5700선의 저항선을 단숨에 깨고 5800선도 뚫었다. 2월 28일 이후 첫 연중 최고치 마감이었다.

애플(6.31%), 아마존(8.07%), 엔비디아(5.44%), 테슬라(6.75%) 등 대형 기술주가 날았다. 특히 M7(매그니피센트 세븐)과 브로드컴(6.43%), TSMC(5.93%) 등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CNBC 방송은 이들 7개 대형 기술주의 이날 시총은 총 8375억 달러(약 1190조원)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 시총의 약 3배를 넘는 규모다.

웨드부시증권의 글로벌 기술 리서치 책임자인 대니얼 아이브스는 “(이번 합의로) 올해 시장과 기술주가 새로운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크인베스트 CEO인 캐시 우드는 테슬라 주가가 5년 안에 2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반복했다.

다음 날 발표된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도, 연이어 진행된 트럼프의 중동 순방의 성과도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주식은 올 들어 생긴 손실분을 전부 만회했다. 13일엔 지난해 말보다 0.1% 올라 2025년도 수익률이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다.
10% 더…‘바이 아메리카’ ‘Buy USA’는 다시 시작됐고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따라붙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등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미·중 간 긴장 완화로 투자자들의 ‘바이 아메리카’가 강화될 것으로 봤다. 향후 12개월간 S&P500지수 목표가를 기존 6200에서 6500으로 올렸다. 지금보다 약 10%가량 상승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협상은 종전이 아닌 휴전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30% 관세와 기타 지역에서 부과하는 최소 10% 관세가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보다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 세스 메릴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약화된) 관세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때쯤이면 이미 기업 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정책이 너무 미미하고 너무 늦을 수 있다”며 “경제 전망이 더 악화될 경우 매도세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주식시장 마감 후 발표된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 무디스는 연방 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강력한 기반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강점들이 더 이상 재정 지표의 악화를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19일 증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2011년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3대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했을 당시 시장은 단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이미 상당 부분 예고된 조치인 만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은 과거 사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협상전략이 ‘1기’ 때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1기 당시엔 ‘90일 유예’ 이후 S&P500이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기록할 때까지 ‘올려치기’가 계속됐다”며 “전고점쯤 되면 시장의 비관론자들은 설 곳을 잃어버리고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이번 S&P500 전고점은 6144다. 이 애널리스트는 “G7과 나토 정상회의가 있는 6월 중하순이 경계감을 가질 만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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