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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최대 격전지’ 울산에서 유권자들 만나보니
울산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 당사(왼쪽)와 국민의힘 울산광역시당 당사의 모습. 불과 400m 떨어진 두 당사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이유진 기자


보수 강세 지역이자 노동자의 도시인 울산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권 최대 격전지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단 95표차로 이긴 ‘초접전지’였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격차로, 영남에서 유일하게 이 후보가 승리한 곳이었다. 공단이 밀집한 울산 동구에선 당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2.6%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6·3 대선을 약 3주 앞둔 지난 14일 울산 남구 삼산동, 동구 전하동·서부동, 북구 양정동 일대를 돌며 시민 14명을 만나 민심을 들었다. 이 후보 지지(4명)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4명) 응답자가 동수를 기록해 팽팽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자가 2명이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자는 만나지 못했다. 나머지는 투표를 포기하거나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6.4%)에서도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은 각각 41%, 39%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 교차로에 지난 14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현수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현수막이 마주보고 걸려있다. 이유진 기자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시민들은 김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 이 후보에 대한 불호를 강하게 드러냈다. 남구 무거동에 거주하는 홍모씨(70)는 “싫어도 김문수”라며 “질 줄 알면서도 ‘이재매이’(이재명)를 못 찍으니까. (이 후보는)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A씨(30)도 “1번(이 후보)만 아니면 된다”며 “법원 출석도 잘 안 하고 회피만 하지 않나. 이런 분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씨(62)는 “이재명이 상당히 못마땅하다”며 “도덕성도 그렇고 (대통령이) 되면 독재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홍씨는 “윤석열이를 잘못 뽑았다. 정치를 그만큼 모르는지 몰랐다”며 “국민의힘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김기현, 윤상현, 나경원 기존 3·4선 이상 의원들은 좀 물러서야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덕수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위법·편법까지 써서 후보를 교체하려고 한 건 민주적으로 문제가 많다. 윤석열이도 어쨌든 탄핵이 됐으면 빨리 탈당시켜서 연을 끊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구 달동에 사는 이호준씨(44)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울산남구갑)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그랬겠나. 윤석열을 버리고 젊은 사람을 끌어안지, 당이 완전히 잘못했다”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과 경제 침체 등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시민들도 있었다. 동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난 자영업자 최모씨(43)는 “윤 전 대통령이 코로나 손실보상 600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뽑았는데 뜬금없이 계엄을 하더라”며 “뽑을 사람이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이재명을 뽑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의석수도 많고 하니까 결단력 있게 뭐든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물가 안정이나 매출 증가같이 내 몸에 와닿는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엿보였다. 북구 농소3동에 사는 안모씨(57)는 “민심은 이재명으로 기울었다”며 “(정치) 구도가 많이 바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가면 지역당밖에 못 한다”고 말했다. 남구 신정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윤모씨(50)는 “과거엔 ‘샤이 민주당’이 많았다면 지금은 ‘샤이 국힘’도 많아졌다”면서 “박근혜·윤석열 탄핵으로 (보수) 콘크리트 층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울산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사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현수막이 일정 거리를 두고 전봇대에 걸려있다. 이유진 기자


개혁신당 지지를 밝힌 이들은 ‘보수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동구 화정동에 사는 권모씨(70)는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지난번에 나도 저 XX를 찍었다. 그래서 더 열이 받는다”며 “찍을 사람이 없으니 차라리 젊은 사람 찍어서 키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동구 서부동에 사는 김모씨(29)도 “제가 보수이다 보니 민주당은 안 되고 이준석이다. 그래도 젊은 사람이 생각이 더 열려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일부 보수 성향 시민들은 정치권에 실망해 투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60대 여성인 B씨는 “이번부터는 절대 선거 안 한다”며 “(민주당이 될 걸) 염려해서 윤석열이 뽑아줬는데도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어떤 놈이 돼도 똑같다”고 말했다. 중구 태화동에 사는 손모씨(75)는 “국민의힘이랑 자유통일당에 당비를 내지만서도 투표는 안 할 것”이라며 “2번 찍어봐야 뭐하겠나.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어차피 (탄핵당해서)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울산 동구 화정동 대송시장 입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울산 동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2.6%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이유진 기자


투표 의향은 있지만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청년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졌다. 첫 대선 투표를 앞둔 김지우양(18)은 “대통령을 너무 뽑아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뽑을 사람이 없더라”며 “당보다는 사람과 공약을 보고 좀 더 고민해서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언어치료사 정현지씨(27)도 “지금 대선에 출마한 분들은 이미지가 한 번쯤은 안 좋았던 분들이라 신중하게 뽑으려 한다”며 “복지 공약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찍겠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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