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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5개국 구축 ‘초저주파음 감지기’
대기권 가르는 우주 쓰레기 ‘소리’ 포착
공기 밀릴 때 압력변화 분석…운석도 잡아내
레이더·망원경 보완해 인류 지킬 수단 부상
영국에 설치된 ‘유엔 포괄적 핵실험금지 조약 기구(CTBTO)’의 핵실험 감시 장비. 초저주파음을 포착하도록 만들어졌다. CTBTO 제공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케냐 남부 무쿠쿠 마을에 떨어진 발사체 부품. 당시 낙하 지역 인근에 주거지가 있어 인명 피해가 생길 뻔했다. 케냐우주국(KSA) 제공


# 거대한 반지처럼 생긴 물체 주변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물체는 충격에 노출된 듯 여기저기가 찌그러졌다. 눈에 띄는 점은 덩치와 무게다. 지름 2.5m, 중량은 0.5t에 이른다. 산야에서 나뒹구는 보통 쓰레기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이 물체는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케냐 남부 마을 무쿠쿠에 낙하한 ‘우주 쓰레기’다. 케냐우주국(KSA)은 “소속 국가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에서 떨어진 부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주 쓰레기 추락은 마을 주민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었다. 사전 경고가 없었고, 당연히 대피도 하지 못했다. 세계 어떤 연구기관도 해당 우주쓰레기의 낙하 가능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주거지로 떨어지지 않은 천운이 아니었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생길 뻔했다.

지구 궤도에는 케냐에 떨어진 발사체 잔해부터 망가진 인공위성, 우주비행사가 놓친 공구까지 다양한 우주 쓰레기가 돌고 있다. 지름 10㎝ 이상만 약 3만개다. 대부분은 각국 우주기관이 레이더와 망원경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에 잔해를 남길 만큼 큰 우주 쓰레기가 낙하할 때가 되면 전 세계를 상대로 경고한다. 하지만 케냐에서 확인된 것처럼 감시망이 100% 완벽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우주 과학계는 다른 감시 수단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정체가 특이하다. 바로 소리를 이용해 세계 평화를 지키려고 만든 장비다.

압력으로 공기 밀리는 현상 포착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 연합총회에 참석한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연구진은 핵실험 감시 장비로 우주에서 날아드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독특한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지목한 장비는 ‘유엔 포괄적 핵실험금지 조약 기구(CTBTO)’가 전 세계 35개국 60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초저주파음 감지기’다. 적도의 열대우림부터 북극 설원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초저주파음은 20㎐(헤르츠)보다 낮은 소리다. 사람 귀로는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대기 중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공기가 강하게 밀리면 반드시 생성된다. 화산 분출이나 지진에서 초저주파음이 생기는 이유다. 강력한 폭탄이 터졌을 때에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CTBTO가 초저주파음 감지기를 전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질지 모를 핵실험 감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초저주파음 감지기를 기술적으로 보완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위협에서 인류를 지킬 수 있다고 봤다. 대기권을 뚫고 지상으로 낙하하는 우주 쓰레기의 존재를 잡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으로 파고들면 필연적으로 기압 변화가 생긴다. 이때 생긴 초저주파음은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을 비행하는 내내 생성된다. 초저주파음은 전파 거리가 수천㎞에 이른다. 초저주파음이 발생하는 궤적을 분석하면 우주쓰레기가 지구 어느 지역에 낙하할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주 쓰레기 감시에 사용하는 레이더나 망원경의 관측 성능이 기상 영향을 크게 받는 데 비해 초저주파음 감지기는 거의 안 받는 것도 장점이다.

사각지대 파고드는 운석 포착

초저주파음 감지기는 운석 대응에도 쓸 수 있다. 지구 밖에서 관측되지 못했던 운석이 대기권으로 갑자기 진입한다면 즉시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대기권에 들어와 불타기 직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운석은 이미 있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낙하한 운석이다. 이 운석은 공중 폭발하며 건물 7000여채를 파손하고 1500여명을 다치게 했다.

꽤 큰 피해가 생겼지만 지름은 20m로, 상당히 작았다. 게다가 지구로 접근하는 방향이 하필 태양과 겹쳐 있어서 관측이 더 어려웠다. 밝은 자동차 전조등 앞에서 날아다니는 벌레를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일이 생겼다. 초저주파음 감지기를 활용하는 경고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구축되면 이런 운석이 대기권 진입 이후 어디로 이동할지를 확인해 긴급 대피 경보를 발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초저주파음 감지기가 만능은 아니다. 공기가 없어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 대기권 바깥의 우주 쓰레기 존재는 이 장비로 알 수 없다. 레이더와 망원경의 효용성이 여전한 이유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병행 사용이 향후 지구 방어를 위한 기반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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