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웹툰작가 주호민 씨와 아내가 지난해 2월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자녀를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3년 7월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주씨 측이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다는 것과 교사가 학생에게 “너가 싫다” “진짜 밉상”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공방은 교사와 학부모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여론이 참전하며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아동에게까지 혐오가 번졌다.

2년이 흘러 해당 교사는 1심에서 유죄를, 2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 때마다 한쪽에선 환영을, 다른 쪽은 우려를 쏟아냈다. 어른들의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정작 장애 아동의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논의되지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도 특수교사 인력 부족, 인권 교육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교육 현장의 갈등 봉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교사 무죄 환영에 ‘장애 아동’ 고민은 부재

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해 2월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는 지난 13일 특수교사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발언을 녹음한 자료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해 취득한 대화 내용이므로 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녹음으로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진술한 학부모 측 발언 등 2차 증거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학부모 측은 자녀가 학대당한 정황은 보이나 증명이 어려워 옷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던 상황이었다. 애초 1심 재판부는 장애 아동이 피해 사실을 보호자에게 말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녹음 자료를 토대로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능력 부재를 이유로 학대 여부까진 판단하지 않았다.

판결 직후 교사단체의 환영 논평이 이어졌다. 대부분 교사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내용이었다. 전교조도 ‘웹툰작가 주호민씨 자녀 관련 사건’이라고 실명을 명시한 논평에서 “특수교육의 맥락을 이해한 판결”이라며 “교육적 지도가 학대가 될 순 없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환영 논평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전교조는 장애 학생 보호 방안이나 교육 현장의 갈등 봉합, 중재와 화합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했던 이들이 많았다. 전교조가 평소 학내 소수자의 교육받을 권리와 인권 보호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를 두고 ‘교육자답지 않은 논평이 개탄스럽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부모연대는 “해당 사안이 터진 직후에도 전교조, 특수교사노조 등 특수교육 현장에서 분투하는 교육자들과 함께 가고자 했다”며 “그러나 정서적 아동학대가 언제든 용인될 수 있는 것이 특수교육이 가진 맥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어떤 연대가 가능한가”라고 했다.

장애 아동 보호자들 사이에선 혹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대 자녀를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B씨는 “과거부터 특수학급 등에서 폭행 정황이 나와도 입증이 어렵거나 쉬쉬하다 보니 나중에 재발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특수학교 학생들끼리 소통이 어려워 학대를 증언해주기 어려우니 교사와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텐데 혹시라도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 당국은 뒷짐만…“교육청 중재 어디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10월22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소송전이 이어지는 동안 관할인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갈등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항소심 재판 이후 개인 SNS에 “이제라도 특수교육 현장을 깊이 헤아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A 교사와 통화하며 “사필귀정”이라고 격려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이번 사안이 개인간 형사소송으로 이어진 것에 교육당국의 역할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 작가 측도 교육청과 학교에 조처 방법을 문의했을 때 학대 교사와 학생을 분리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학교장이 녹음 파일 청취를 거부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이런 사안이 모두 고소·고발로 가지 않도록 각 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내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장이 문제 사안을 교육청에 보고하고, 교육청이 중재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대립각을 벗어나 장애 아동을 교육할 수 있는 여건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교육 당국이 판결이 본질이 아니라 장애 학생이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교육적 고민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교육 주체들을 보듬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이 사안을 두고 감정적 폭발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긴급 좌담회를 열고 이런 사태가 유발되기까지 제도적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장은미 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아닌 교육 공동체로서의 신뢰를 회복해 아이들이 더 피해받지 않고, 교사들도 안전하게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며 “교육 당국의 정책과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민 “장애혐오 보도 옆 수어 통역···충격으로 다가왔다”“제일 끔찍했던 장면이 JTBC 사건반장 보도 장면이었어요.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옆에선 수화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9살짜리 장애 아동의 행동을 그렇게 보도하면서 옆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수화가 나오는,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느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재판장 곽용헌)은 지난 1일 만화가 주호민·한수자 ...https://www.khan.co.kr/article/202402041859001

“원인은 인력부족”···특수교사들이 본 ‘주호민 논란’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특수교사 A씨는 지난달 주호민 웹툰작가가 아동학대 혐의로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처음 든 감정은 분노였다. 그러나 지난 2주간 논란을 지켜보면서 분노는 착잡함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주 작가를 비난하던 손가락이 주 작가의 아들로,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아동 전체로 옮겨가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https://www.khan.co.kr/article/20230813171100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429 [르포] 중국산 국화부터 미국산 밀까지 정밀 검사… 수입농산물 ‘검역 관문’ 인천항 가보니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8 김상욱, 민주당 입당…“바닥부터 배우며 국민 받들겠다”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7 식사 전 “꼭 먹고 싶습니다” 복창시킨 부장…법원 “면직 정당”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6 ‘4년 연임제’ 띄운 李 “재임 대통령엔 적용 안 돼”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5 '폭탄' 주고받던 미·중, 관세 '파격 딜' 나선 배경은?[관세전쟁 임시휴전②]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4 예산군, 더본코리아 ‘미인증 조리기구’ 추가 고발···협력사도 줄줄이 행정처분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3 ‘텍스트힙’ 다음은 ‘클래식힙’...클래식 티켓 판매액 1000억 돌파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2 김문수 "경제 판갈이 해내겠다"…규제혁신처 신설 공약(종합)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1 이재명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개헌…총리는 국회서 추천"(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20 시민들 항의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5·18 기념식 참석 불발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9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이틀째…“진화율 80%, 내일 완진 목표”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8 김문수 “규제혁신처 신설·전문직 주 52시간 예외” 경제 공약 발표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7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진화율 80%‥완전히 끄는데는 2~3일 정도 걸릴 듯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6 김문수 "규제 혁신처 신설, 전문직 52시간 예외" 공약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5 [속보] 李 "임기단축 개헌은 신중해야…개헌보다 중요한게 국가 안정"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4 김혜경, ‘법카 10만4000원에 벌금 150만원’ 항소심 판결에 상고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3 "홍콩서 한 달간 30명 숨져"...중화권서 코로나19 재확산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2 카카오, 다음 분사 작업 이달 중 마무리… 상반기 이사회 전망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1 ‘윤석열 탈당’이 뭐라고…“역전 만루홈런” 꿈꾸는 국힘 new 랭크뉴스 2025.05.18
49410 [속보] 李 “‘4년 연임제’ 개헌 당시 재임 대통령엔 적용 안 돼” new 랭크뉴스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