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배우자 리스크인가 시너지인가
정치 무대 위의 조용한 전쟁
정치 무대 위의 조용한 전쟁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5월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창립7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지난 5월 12일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 특별한 만남은 각 후보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두 여사가 같은 무대에 선 순간이자 향후 대선 구도에서 ‘배우자 이미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김 여사와 설 여사가 공식 선거운동을 본격화하면서 그들의 옷차림, 태도, 소통 방식까지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속 장면, 손짓, 스타일 하나까지 정치 메시지로 읽혔던 이들의 ABC를 통해 ‘대선후보 배우자 품격’을 분석했다.
Appearance
소박하지만 품격 있는 옷차림 하나로 판세가 바뀐다
소박하지만 품격 있는 옷차림 하나로 판세가 바뀐다
대선후보 배우자의 스타일은 단순한 외양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작용한다.
두 여사가 조우한 장소에서 김 여사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심플한 아이보리 슈트를 착용하고 단정한 단발머리와 깔끔한 메이크업을 더해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는 에드워드 홀의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비추어 볼 때 말보다는 정제된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밝은 컬러는 친화력과 부드러움을, 유연하지만 구조적인 슈트 디자인은 신뢰와 의지를 상징하며 과거에 비해 보다 공적인 스타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손 잡은 대선 후보 부인들.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반면 설 여사는 라이트 그레이 컬러 재킷과 붉은색이 포함된 플라워 스카프를 매치해 검소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메이크업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은 ‘꾸밈 없는 진정성(authenticity)’을 전달하며 이는 부르디외가 말한 ‘체현된 자본’으로 기능한다.
삶의 흔적이 담긴 외모는 오히려 인간적인 신뢰를 증대시키며 ‘조력자형 내조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설 여사의 스타일은 삶의 태도에서 우러나는 절제와 진정성으로 내면의 품위를 외형화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슈트와 재킷이라는 유사한 아이템을 선택했지만 김 여사는 ‘부드럽고 정제된 공적 이미지’를, 설 여사는 ‘자연스러운 민간 감성’을 각각 드러내며 명확히 구분되는 이미지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외적 스타일은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전략적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작용하며 정치적 인물의 신뢰 구축과 감정적 연결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중앙신도회 창립7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Behavior
손끝으로 말하다…태도가 모든 걸 설명한다
손끝으로 말하다…태도가 모든 걸 설명한다
행사가 시작되자 원탁 테이블에 함께 앉은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건네 악수하며 담소를 나눴다. 단상 아래에서 고개를 숙여 합장하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 모두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여줬다.
특히 설 여사와 김 여사가 관계자들과 맞잡은 손동작은 단순한 악수가 아닌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촉각 커뮤니케이션으로 작용한다. 양손으로 손을 감싸는 행위는 에드워드 홀의 친밀 거리 이론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 형성 행위로 분류되며 강한 신뢰와 공감을 상징한다.
설 여사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고 가슴 위치에서 상대의 손을 감싸며 진정성과 삶의 경험에서 우러난 예우를 전했다. 김 여사는 단전 위치에서 상대의 손을 잡으며 겸손한 제스처로 공감의 태도를 표현했다.
상대를 향한 이 제스처는 예우와 경청, 감사의 상징이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 따뜻함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정서적 연결에 초점을 둔 선택으로 이해된다. 결국 이 장면은 공감, 문화, 전략이 결합된 비언어적 상징 행위로서 두 배우자가 국민과의 정서적 유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 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며 배우자인 설난영 씨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Communication
말 없는 설득, 전략이 되다
말 없는 설득, 전략이 되다
김 여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주로 비언어적 표현과 상징적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 공식 석상에서의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표정과 시선 처리, 수행 일정의 배치 등을 통해 ‘경청’과 ‘조율’이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전달한다.
실제로 김 여사는 스스로 “정책의 시작은 잘 듣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공적 역할을 ‘정책 전달자’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고전적 리더십 이론에서 말하는 ‘서번트 리더십’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말보다는 청취에 초점을 둔 리더십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조율 능력을 상징하며 김 여사의 일정과 행보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설 여사는 말보다 행동의 상징성에 방점을 두는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보인다. 언론 인터뷰나 사적 발언은 적지만 일관된 실천을 통해 도덕적 정체성을 강화한다. 예컨대 “관용차를 타지 않는다”는 간결한 발언은 단순한 생활 원칙을 넘어 공직 윤리와 절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했다.
이는 상징적 행동 이론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말보다 의미 있는 행위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이다. 결국 김 여사는 경청과 중재의 상징으로, 설 여사는 절제와 윤리의 상징으로 각인되며 두 사람 모두 언어적 발화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침묵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지금 이 순간 유권자들의 시선은 단순히 후보를 넘어 ‘배우자의 품격’으로 향하고 있다. ‘신뢰의 확장’ 역할을 하며 능동적 시너지가 될지 아니면 리스크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곧 그 배우자인 대선후보의 정치 스타일을 상징한다.
선거는 단지 정책의 경쟁이 아니라 이미지의 경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지는 ‘진정성’이 바탕이 될 때만 시너지가 될 뿐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리스크가 된다. 이번 대선에서 ‘배우자 리스크’와 ‘배우자 시너지’가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들의 향방이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