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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분리주의 무장단체의 총기 난사 테러 사건으로 지난 5월 7일 일어난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분쟁은 개전 3일 만에 양국이 극적으로 휴전하면서 멈췄다. 이후 군사분계선(LOC) 일대에서 수시로 산발적인 충돌이 벌어지고는 있으나, 확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양국이 건국 후 지금까지 있었던 수차례의 전쟁·분쟁의 사례처럼 이 상태에서 불길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 시가행진에 등장한 아그니-V 대륙간탄도탄. 이처럼 인도는 비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이다. 이에 맞서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두 나라의 충돌은 항상 핵전쟁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그런데 인도가 대대적으로 파키스탄의 군사 시설을 공습했을 때만 해도 전면전의 시작으로 볼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더구나 양국은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이어서 세계는 핵전쟁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다행히 휴전이 이뤄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사실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이라도 상호확증파괴(MAD) 가능성 때문에 핵무기는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운 정치적 수단이다.

이처럼 휴전으로 위기가 해소돼 이번 분쟁의 관심사는 급격히 바뀌었다. 전 세계의 군사 당국자·전문가·매니어 모두가 예외 없이 주목한 주인공은 인도군과 파키스탄군이 각각 최상급 주력기로 운용 중인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이하 라팔)와 중국산 J-10C 전투기(J-10)였다. 이들이 벌인 공중전의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계, 특히 서방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고 정의할 수 있다.

자타가 4.5세대 전투기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하던 라팔이 몇 수 아래로 여기던 J-10이 발사한 PL-15E 공대공미사일(이하 PL-15)의 공격을 받고 격추됐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공식적으로 라팔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한 반면 인도는 묵묵부답으로 응하고 있다. 다만 1대만 격추됐다는 얘기도 있고, J-10과 PL-15가 아니라 파키스탄 방공 사이트에서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이 격추됐다는 주장도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견된 인도군의 라팔 잔해. 일련번호로 보아 도입 1호기의 수직미익 잔해임이 확실해 보인다. 왓츠앱

그런데도 음으로 양으로 흘러나온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J-10이 발사한 PL-15를 조기경보기가 유도해서 타격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어떤 식으로 몇 대가 격추됐는지 의견이 분분하나, 미국·영국·프랑스 모두 라팔이 격추됐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라팔 전투기의 잔해, 낙하한 PL-15 부품, 파키스탄이 감청한 인도 조종사들의 통신 내용이 확실한 증거다.

어쨌든 라팔이 격추됐다는 사실은 중국에게는 엄청난 호재이고, 프랑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굴욕이 됐다. 일반 상품은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나 무기, 특히 전투기 같은 고급 무기는 비쌀수록 성능이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닛 가격으로 라팔의 3분의1에 불과한 데다 중국산이어서 처음부터 저평가를 받았던 J-10과 여기에 탑재된 PL-15의 선전은 당연히 돋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J-10이 미국의 F-16 전투기와 대등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서방은 이를 무시했다. 한마디로 만용이었다. 중국제 무기는 재평가받아야 할 자격이 충분하다. 더구나 중국에서 J-10은 하위 전력이고 더 뛰어난 J-11, J-16, J-20 전투기와 PL-15보다 강력한 공대공미사일도 운용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는 중국을 적성국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에 심각한 고민을 안겨줬다. 특히 침공 위협을 받는 대만은 공포에 빠졌다.

파키스탄 공군의 J-10C 전투기. 이를 개발한 중국은 F-16 전투기와 동급이라고 주장하며 하위 전력으로 운용 중이다. AFP=연합

반대로 라팔은 너무 고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물론 공대공 미사일의 사거리도 중국제보다 열세였고, 스펙트라 전자전 시스템 같은 첨단 장비의 성능도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에 단지 이번 사례만 놓고 성능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 사실 프랑스군이 운용한 라팔은 이전에 있었던 여러 실전에서 좋은 전과를 보여 왔다.

인도는 공중전 내용은 회피로 일관해도 자신들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선전 중이다. 실제로 민간 위성 업체가 촬영한 폭격 작전 이후의 사진을 보면 인도의 주장만큼은 아니더라도 파키스탄에 더 큰 피해를 준 것은 명백해 보인다. 불발된 수발의 PL-15를 수거한 것처럼 중국제 무기의 성능도 미지수인 점이 많다. 그런데도 공중전에서 인도가 패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런 결과는 인도군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파키스탄군이 중국제 무기로 네트워크 전을 펼쳤던 반면 인도군은 중구난방이었다. 이번 전투 결과와 별개로 라팔이 J-10보다 뛰어난 전투기 임에는 의문이 없는 것처럼, 인도군이 보유한 개별 장비들은 성능이 매우 좋다. 다만 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제가 섞여 있어서 처음부터 유기적인 작전이 불가능했다. 앞에 언급한 감청 사실로 알 수 있듯이 라팔에 러시아제 A-50 조기경보기는 무용지물이었다.

인도 공군이 운용 중인 러시아제 A-50 조기경보기. 당연히 프랑스제 라팔과 데이터 호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파키스탄은 중국제 전투기·조기경보기·지대공 미사일로 전투 체계를 통합했다. 페이스북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도군이 보여준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역시 카슈미르 분리주의자의 테러로 일어난 분쟁의 공중전 재방송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당시 파키스탄군은 인도군 전투기 두 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한 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려 공중전에서 승리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전쟁·분쟁에서 우세한 전과를 올려온 인도 공군에게는 엄청난 망신이었다.

당시 파키스탄은 조기경보기로 추적 중이던 인도의 MiG-21 등을 매복하고 있던 F-16이 발사한 미사일로 격추했다. 그때도 파키스탄은 스웨덴제 조기경보기가 미국제 전투기를 관제하며 완벽하게 작전을 펼쳤다. F-16은 인도와의 전쟁·분쟁에 동원할 수 없고 오로지 대테러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미국이 공급한 것이어서 당시에 파키스탄은 중국과 합작 개발한 JF-17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공중전에서 파키스탄 공군이 격추한 인도군 MiG-21, Su-30MKI의 수직 미익으로 제작한 파키스탄 승전 기념탑. ZeeNews

이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약 라팔이 있었다면 이겼을 것”이라며 패배의 원흉을 낡은 MiG-21 탓으로 돌렸다. 2000년대 들어 인도는 노후한 126대의 MiG-21을 대체하려는 전투기 도입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라팔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으나, 가격·생산조건·인도의 정치 상황·정부와 방산 업체의 알력 등으로 말미암아 협상이 뒤집히는 등의 수차례 곡절을 겪은 후에 2016년 최종적으로 36대 직도입 계약이 이뤄졌다.

그사이에 많은 노후기가 사고로 추락하면서 인도 공군의 전력은 약화했다. 그리고 2019년 파키스탄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중전 패배 후 제왕적 총리인 모디가 직접 질타하자, 인도군은 프랑스를 닦달해 2020년부터 라팔을 배치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에 파키스탄은 미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중국에서 J-10, ZDK-03 조기경보기, HQ-16 지대공미사일 등을 일괄 도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처음 언급처럼 이번에 다시 분쟁이 벌어지자 인도군은 모디가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던 라팔을 투입해 2019년에 당한 망신을 복수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라팔 격추라는 재방송이었고, 전 세계에 충격을 줬을 만큼 여파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사실 인도 공군은 세계 최고의 훈련 비행시간을 자랑할 정도로 조종사들의 자질은 뛰어나다. 이는 Su-30MKI와 합동 훈련을 했던 미국 조종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난 3월 6일 공군 전투기 오폭처럼 훈련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방심의 결과였다. 인도 공군의 계속된 헛발질을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연합

다만 코브라 기동처럼 화려한 조종술을 자랑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정작 중요한 BVR(가시권 밖) 교전 훈련 같은 부분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중전의 결과는 중국제 무기가 예상보다 좋고 라팔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있지만, 파키스탄군과 달리 체계적인 전력 증강과 현대전 훈련이 미흡해서 벌어진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단정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우리도 충분히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교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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