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21대 대통령선거를 20일 앞둔 14일 오후 서울시 중구선관위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접수된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3억원.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에 필요한 공탁금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어도 득표율 10%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전액 몰수된다.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렇게 큰 돈이 드는 데도 인지도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후보들은 매번 대선판에 이름을 올린다. 자아실현 목적이거나,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고액 마케팅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는 후보는 무소속 송진호 후보다. 정당이나 대중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다른 후보와 달리 혈혈단신으로 나섰다. 전과 17범으로 역대 대선 후보 중 최다 전과 보유자다. 사기와 폭력·상해, 재물손괴, 근로기준법 위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징역형을 받은 경우도 8차례였다.

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국태민안호국당 김길수 후보의 선거 벽보. 중앙포토

과거에도 당선 가능성과 무관한 이색 도전 사례가 왕왕 있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 출마한 호국당 김길수 후보는 불교 승려였다. 당시 그의 공식 직함은 세계 불교 법왕청 산하의 법륜사(서울 봉천동 소재) 주지. 선거 벽보에 담긴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란 문구가 화제였다. 선거운동 기간에 6일간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는 등 예측 불가 행동을 했다. 그는 대선 이후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무총리를 시켜주겠다’는 등의 말로 사람들을 현혹해 모두 88억원가량을 받은 혐의였다.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한 무소속 김옥선 후보는 남장(男裝)한 여성 정치인이었다. 3선 의원 출신인 그의 선거 슬로건은 ‘무공약이 공약’이었다. 지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취지다. 13·15대 대선에 두 번 출마한 신정일 후보는 비무장지대(DMZ)에 제3의 국가를 세운 뒤, 이를 확장해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는 황당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한 무소속 김옥선 후보의 선거 벽보. 중앙포토

1997년 15대, 2007년 17대, 2022년 20대 대선에 세 번 출마한 허경영 후보는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인사다. 스스로 IQ(지능지수) 430이라고 말해왔다. 축지법과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엔(UN)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하겠다는 식의 황당 공약을 주장했다. 다만 ‘결혼하면 즉시 1억원 지급’과 같은 허경영 후보의 공약은 당대엔 이상한 공약 취급을 받았지만 저출산이 심각해진 현재는 ‘시대를 앞서간 공약’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17대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등의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2008년 징역 1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10년간 박탈된 피선거권이 회복된 이후 출마한 2022년 20대 대선 방송 연설에서 “나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이었다”는 허위발언을 해 또 한 번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2034년 4월까지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335 이재명 "호남은 죽비‥광주, AI 중심도시로" 랭크뉴스 2025.05.18
49334 “회장님 나가시니 확 달라졌다”...남양유업의 ‘부활’ 랭크뉴스 2025.05.18
49333 대선후보 첫 TV 토론…후보 4명 경제 공약 검증 랭크뉴스 2025.05.18
49332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이 시각 진화 상황 랭크뉴스 2025.05.18
49331 차기 대통령, 취임 직후 참석할 軍행사?…다산정약용함·이봉창함 진수식·해군국제관함식[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5.18
49330 그래서 장애 아동 교육이 나아졌을까…‘주호민·특수교사’ 논란이 남긴 것 랭크뉴스 2025.05.18
49329 “준비된 대통령” “사람이 먼저다”… 잘 만든 슬로건 하나, 열 전략 안 부럽다 랭크뉴스 2025.05.18
49328 "한 채 가격이 '250억'"…지드래곤·BTS 사는 '이 아파트' 올해 최고가 찍었다 랭크뉴스 2025.05.18
49327 김혜경 vs 설난영 ‘퍼스트레이디 경쟁’…대선판 바꾸는 배우자의 품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랭크뉴스 2025.05.18
49326 [작은영웅] 소방차 오기도 전에 대피 완료…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발 빠른 대응 (영상) 랭크뉴스 2025.05.18
49325 대선 대진표 확정…여론 주목도도 '1강·1중·1약'[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랭크뉴스 2025.05.18
49324 이재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김문수 “서울대·지방대 공동학위 수여” 이준석 “공교육 강화” 랭크뉴스 2025.05.18
49323 이어령 “6살이었어, 눈물 핑 돌았어”…암선고에 떠올린 그날 랭크뉴스 2025.05.18
49322 홍원식 ‘셀프보수 승인’ 위법 판결 이후…주총 방식 달라진다 [허란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5.05.18
49321 김문수, 尹탈당에 이재명 추격전 총력…지지층 재결집 도모 랭크뉴스 2025.05.18
49320 AI로 무장한 전투로봇, 아군일까 적군일까[산업이지] 랭크뉴스 2025.05.18
49319 중국제 무기에 당했다…전 세계에 충격 준 '인도의 최고 실수' [Focus 인사이드] 랭크뉴스 2025.05.18
49318 영·호남 훑은 李, 이번주 수도권서 '경제' 키워드로 중도 공략 랭크뉴스 2025.05.18
49317 "사진도 슬로건도 눈이 안가요"…이번 대선 벽보, 재미 없는 까닭 랭크뉴스 2025.05.18
49316 손흥민 협박한 '여성'...경찰 "임신은 맞지만" 랭크뉴스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