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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국에 옴 주의보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의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온몸이 가려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달쯤 지나자 몸 곳곳엔 발진까지 퍼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병원에서는 A씨 가족에게 피부과 진료를 권했고, 올해 1월 찾은 피부과에서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병세엔 차도가 없었다. 한 달 뒤 종합병원에 가서야 무슨 병인지 알 수 있었다. 의료진이 내린 판정은 아버지가 옴에 감염됐다는 것. 증상이 나타난 지 4개월 만에 받은 확진 판정이었다.

A씨의 아버지는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였다. 외래 진료를 받을 때를 빼면 요양병원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요양병원에서 옴에 감염된 게 거의 확실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은 환자들의 옴 발병 여부나 감염 가능성에 대해 안내한 적이 없었다.

관할 보건소에 확인한 결과 이 병원에서는 A씨의 아버지를 포함해 총 3명의 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언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엔 각종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다”며 “병원이나 관계 기관은 옴을 더 철저히 관리하면서 발병 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절한 안내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옴은 옴진드기가 피부에 소화액 등 분비물을 배설해 발생하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인데 일반적으로 4~5주간 잠복기를 거친다.

옴진드기는 0.3~0.4㎜ 정도밖에 안 되지만 엄청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옴진드기는 0.3~0.4㎜ 정도밖에 안 되지만 엄청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밤에 활발히 활동하기에 수면 장애를 유발할 때가 많다. 약으로 해당 균을 박멸해도 가려움증은 2~4주 지속되곤 한다. 이렇듯 사람을 괴롭히는 옴은 최근 몇 년간 노인 시설을 중심으로 퍼지곤 했다. 피부 감각이 저하돼 있고 의사 표현 능력이 부족한 환자가 많은 데다 단체 생활까지 하는 만큼 옴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충북 영동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입원 환자 52명 중 48명이 집단으로 옴에 감염됐고, 2023년에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 2명의 옴 확진자가 발생했었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발표한 ‘옴 예방 및 관리 안내서’에서 옴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로 고령 인구 증가, 치료 약물에 대한 내성,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이용자의 증가를 꼽기도 했다.

매달 평균 3000여명 감염 고통


한때 ‘후진국 질병’으로 여겨졌던 옴은 요즘도 전국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옴 감염 환자는 매달 평균 3000명 수준에 달하는데, 그 규모는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옴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21년 2만9693명에서 2022년 3만697명, 2023년 3만4921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문제는 옴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감염 여부를 보건소 등 관계 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없고, 역학조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관할 보건소에 옴과 관련된 감염 확인 실태조사 등을 요청했으나 “법에 따라 취할 조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보건소 측은 지난 3월 현장 조사를 진행해 환기시설과 소독 및 청결 여부와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 없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1인 병실 격리비용 고스란히

게티이미지뱅크

법정감염병이 아니어서 생기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감염 환자 격리를 위한 1인 병실 비용과 간병인 고용 비용, 치료비 등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A씨만 하더라도 지출한 병원비가 500만원에 달했다. 병원 측은 A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앞으로 옴 감염환자나 감염 의심 환자가 생기면 간병인의 예방 연고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으로 규정을 변경했다고 한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처럼 노인 시설만 옴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삼육대 기숙사에서 옴 환자가 발생해 건물 전체를 소독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옴 발병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라도 옴을 법정감염병이나 표본감시 대상으로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옴 감염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감염자의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하다”며 “옴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구조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옴은 초기에 빨리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감염 의심 환자의 피부를 긁어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그럴 인력과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기숙사나 학교 같은 곳에서는 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며 “옴 감염 경로나 증상, 예방법 등을 알려 감염이 의심될 경우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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