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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악화에 교류·회담 실종
尹정부서 조직 개편 등 최악 상황
獨 통일 주역 ‘내독부’ 교훈 삼아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 이끌어야
뉴시스

6·3 대선이 다가오면서 통일부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직원들은 차기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지만, 자칫 통일부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최소한 윤석열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격변기를 거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통일부는 한때 장관이 ‘부총리’ 직함을 달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하지만 남북 관계 악화로 정원이 축소되는 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대체로 진보 성향 정권이 들어서면 통일부 비중이 확대됐다가 보수 정권이 잡으면 반대로 역할이 축소되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특히 지난 정부 때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까지 꺼내며 남측과 단절에 나서면서 통일부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가 빙하기일수록 통일부의 존재가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분단된 독일 당시 서독은 동독을 타국으로 간주하면서도 ‘내독부’를 통해 특수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는 통일로 이어지는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통일부가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다만 통일부로서는 윤석열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며 입었던 내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은 물론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어떻게 새로운 통일 정책 방향을 설정할지를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각광받던 통일부, ‘두 국가론’에 휘청

통일부는 노태우정부 당시 ‘통일원’이라는 간판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부총리 지위를 누렸다. 남북회담을 관리하는 ‘남북대화사무국’은 국장급만 20여명에 달했다. 김영삼정부 초기까지도 통일원의 위상은 이어졌다. 김대중정부 때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통일원이 통일부로 축소됐지만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기능은 강화됐다. 노무현정부 때는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역할이 더 커졌다.

통일부는 이명박정부 당시 폐지론이 불거지며 정원 80명이 감소하는 위기를 겪었다. 이후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를 거쳐 기능을 회복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통일부의 핵심 기능인 교류·회담이 사실상 없어졌고, 북한 인권 관련 기능만 강화돼 ‘북한인권부’라는 자조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한을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의 핵심은 교류·회담인데 (지난 정부에서)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안 좋아진 상황에 인권 기능만 남다보니 사실상 통일부로서의 역할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과거 서독처럼… 기능 오히려 확대해야”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노무현정부 때는 NSC 상임위원장을 통일부 장관이 맡으면서 미국과도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남북 대화로 이어졌다”며 통일부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또 다른 전직 통일부 관료는 “남북 대화는 언제든 다시 이뤄질 수 있다”며 “(통일부는) 지금도 통일을 준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독일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건 남한밖에 없다”며 “과거 서독이 내독부 주도로 동독을 상대했듯 통일부가 통일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해 남북 관계를 단절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통일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취지다.

통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거나 역할을 축소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는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정신 구현을 위해 만들어진 부처”라며 “헌법에 따라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통일부의 지속적인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상 입은 통일부, 변화는 불가피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통일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남북 관계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며 통일부의 역할 강화를 시사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북·통일 정책을 정상화하고 남북 관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런 방향으로 (통일부의) 조직 개편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아예 통일부 폐지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힘에 의한 대북 억제를 내세우며 부처 기능 축소를 예고했다.

통일부 내부에서도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윤석열정부에서 정원이 80여명 줄며 인사 적체가 심해진 상태다. 일부 고위 간부가 본인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에 20년 이상 몸담은 한 관계자는 “우선 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교류·회담 등 통일부의 핵심 기능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일부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다른 부처 한 관계자는 “냉정히 보면 통일부는 할 것이 없는 부처 같다”며 “특정 정부일 때만 일하는 부처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내부에서도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정책 방향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 인식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에 남북 통일을 강조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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