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당’까지 언급했다 김문수·당주류 반발에 ‘후퇴’
KBS·한국리서치 조사, 국힘 지지층 찬반 46% 같아
KBS·한국리서치 조사, 국힘 지지층 찬반 46% 같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지역리그의 성공적 정착 및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던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저희는 탄핵의 강을 넘었다”면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은) 지금 대선 시국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김문수 대통령 후보도 “윤 전 대통령 뜻이 중요하다”고 선을 긋자, 사실상 탈당 요구를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한국방송-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출당·제명과 관련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응답은 찬성 46%, 반대 46%로 같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문화방송(MBC)에 출연해 “어제(15일)부로 우리 당의 의지를 보여드렸고 저희가 탄핵의 강을 넘어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의 (탈당) 결정 여부는 지금 상황에서 이제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결정과 관계없이 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서 절차대로 진행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당적 문제는 저희한테 그만 맡겨주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거나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파면된 당원은 당적을 3년 제한하는 방안’을 당헌·당규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전날 기자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탈당해달라고) 말씀드리겠다.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최연소(35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그는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는 주말까지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오후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 7시간 뒤인 이날 오후엔 ‘윤 대통령에게 연락은 했는지’를 묻는 문화방송 진행자에게 “아직 연락을 못 드렸다. (윤 전 대통령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만날 생각은 있는지’를 묻는 말엔 “저희한테 맡겨주시면 될 것 같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방송 출연 전 국회에서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당은 의지를 보여드렸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는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 김문수 후보와 당 주류 쪽 의원들의 반대가 완강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줄곧 “탈당은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김 위원장의 주장과 선을 그었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위적인 탈당이나 강제 출당은 또 다른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당적 정리 문제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후퇴’를 두고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 스스로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면서 (친윤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복당시키지 않았나. 필요하면 들이받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한국방송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벌인 가상번호 전화면접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에서 응답자의 70%는 윤 전 대통령의 출당·제명에 찬성했다. 반대는 21%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찬반이 46%로 팽팽히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