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운털이 박혀 해임됐던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트럼프 암살 선동’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86 47’ 숫자가 담긴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해변 산책로, 멋진 조개 배치" 봤다는데...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2017년) 불명예 퇴진했던 코미 전 FBI 국장이 조금 전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선동했다”며 “DHS와 비밀경호국(USSS)에서 이 협박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건 코미 전 국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그는 조개껍질들이 숫자 ’86 47’ 모양으로 배열된 사진과 함께 “해변 산책로에서 본 멋진 조개 배치”라고 적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86’을 ‘내쫓다(throw out)’ ‘제거하다(get rid of)’ ‘(고객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다(refuse sevice to)’ 등을 뜻하는 속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가장 최근에 채택된 의미 중에는 ‘죽이다(to kill)’라는 것도 있다”는 주석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47’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트럼프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5일 엑스(X) 계정에 올린 사진. '86 47' 모양으로 놓인 조개껍질들 모습이다. X 캡처

트럼프 측 인사들은 이를 근거로 “코미가 사진 게시를 통해 트럼프 암살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X에 “제임스 코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아버지를 살해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민주당 편향 언론의 숭배 대상”이라고 적었다. 캐시 파텔 현 FBI 국장은 X를 통해 “최근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SNS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알고 있다”며 “현재 USSS와 소통 중이고, (수사의) 주요 관할권은 USSS에 있다”고 밝혔다.

코미 "反트럼프 정치적 메시지였을 뿐"

코미 전 국장은 논란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는 “아까 나는 오늘 해변 산책로에서 본 조개들의 사진을 올렸는데, 그것을 정치적 메시지로 여겼다. 어떤 사람들이 이 숫자들을 폭력과 연관시킨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일체의 폭력에 반대하기 때문에 게시물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진으로 표현하려 했던 메시지는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서 몰아내자’거나 ‘트럼프 정권에 협조하지 말자’는 정도일 뿐, ‘암살 선동’은 결코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3년 9월 FBI 수장에 오른 코미 전 국장은 ‘임기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트럼프 1기 초반인 2017년 5월 경질됐다. 당시 FBI는 2016년 불거진 트럼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이었다.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며 반박했고, 코미 전 국장은 해임 이후 트럼프를 공개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

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