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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입지적 중요성을 부각하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했다. 대만 해협 등 유사시에 대비해 주일미군은 물론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인데,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필요성을 거론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전 세계 미군 운용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런슨 사령관은 16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의 존재”라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평가했다. 한국이 중국, 일본 사이 ‘섬’ 또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는 그의 비유는 미군이 대중 조치에 나설 경우 주한미군이 가장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주한미군이 ‘거리의 횡포(tyranny of distance)’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그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횡포’로 규정하고 이 지역 군사작전에 주한미군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북한, 러시아, 중국 지도부의 셈법을 바꾸고,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며 “어느 충돌에서든 우리나라의 가장 고위급 지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투입이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 세계 미군의 효율적 운용을 강조하며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연관돼 있다. ‘대북 억제’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장 혹은 변경한다는 취지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군 내 대표적인 동맹론자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제기됐던 주한미군 규모 감축론 등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왔다. 주한미군을 필수로 보는 그인데, 그런 그조차 주한미군의 역할 자체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앞서 그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도하는 실익에 대해 "‘입지적 우위(positional advantage)‘를 가졌다는 것"이라며 유사한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역내 충돌 발생시 선택지라거나 북한 격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이번 발언은 이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실제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임시 국가방위전략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에서 대만 방어 등 대중 견제를 미군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여기에 호응해 '원 시어터(One theater·하나의 전구)' 개념을 미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및 전쟁 구역으로 묶어 이들 지역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국·미국·일본·호주·필리핀의 전력을 통합·개편하자는 취지다.



北, 3주 만에 두 번째 신형 구축함 진수 준비

한편 북한이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두 번째 최신 구축함을 진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청진항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신형 5000t급 구축함은 지난 14일 건조장에서 부두를 따라 이동해 진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진수 사흘 만인 지난달 29일 첫 무장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해군의 핵무장화'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지난달 25일 서해 평안남도 남포항에서 지난달 25일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를 진수했다. 약 3주 만에 최현급 2호를 동해에 띄우면서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속도전을 놓고 북·러 군사협력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러시아의 ’판치르‘를 닮은 방공무기체계가 최현호에 탑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브런슨 사령관 역시 "북한은 우리가 그들이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방식으로 그들의 (무기) 프로그램 일부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수년이 걸렸을 도약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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