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여론조사…이재명 지지 이유 1∼3위는 국정운영·후보 능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공동취재사진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치 양극화 양상이다. 싫어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볼 수 없어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졌다.
갤럽은 각 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자유응답(주관식) 방식으로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중에는 민주당과 이 후보가 강조하는 ‘내란 종식’보다는 정치·행정 능력에 대한 기대가 더 많았다. 순서대로 보면 △직무·행정 능력(13%) △잘할 것으로 기대(13%) △다른 후보보다 나아서(10%) △계엄 심판·내란 종식(8%) △경제 기대·경제 정책(8%) △정권 교체(4%) 순이다.
김문수 후보 지지 이유로는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상단을 차지했다. △도덕성·청렴·비리 없음(20%) △진실함·거짓 없음(17%) 등이다. 특히 △이재명이 싫어서(15%) △민주당이 싫어서(5%)라는 응답이 김 후보 지지 이유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 지지자 5명 중 1명(20%)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싫어서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좋아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였다. 김 후보의 국정 운영이나 능력 때문에 지지한다는 응답은 △잘 할 것으로 기대(5%) △국가 안정(3%) △다른 후보보다 나아서(2%) △경제 기대·경제 정책(2%) 등 비중이 작았다.
이 후보 지지자들도 ‘민주당이 좋아서’(2%·14위)보다는 ‘국민의힘이 싫어서’(4%·7위)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다만 지지 이유 중에 ‘김문수가 싫어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없었다. 상대 정당과 후보를 싫어해서 지지 후보를 결정한 비율에서 차이가 큰 것이다.
갤럽은 “이재명 지지자들은 경험과 역량에 기반한 국정 기대감, 내란 종식 관련 언급이 많았다. 김문수 지지자들은 청빈함을 비롯한 개인 자질이 주를 이뤘고, 이재명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상대편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는 경향은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가 진행한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정당·정치인에 대한 ‘감정온도’를 100점 척도(대단히 부정적 0점∼대단히 호의적 100점)로 물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 79.3점, 이재명 82.6점, 국민의힘 10.9점, 김문수 17.4점을 매겼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국민의힘 61점, 김문수 62.3점, 민주당 12.2점, 이재명 9.5점을 매겼다. 이는 두 당 지지층 모두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좋아하는 정도보다, 상대편 정당·정치인을 싫어하는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성향은 실제 선거에서 좋아하는 정당의 정책과 집권이 아닌, 싫어하는 정당의 패배가 목적인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갤럽 조사는 13∼15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4%,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