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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월~금 40시간→36시간 감축
中企 생산성 저하, 인건비 증가 우려
“누구는 쉬고 누구는 일하고” 노동 현장 양극화 심화
전문가들 ”순차적으로 유연하게, 기업 자율 적용 고민해야”

외국인을 포함 약 50명의 직원을 둔 한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은 최근 비상이 걸렸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선 이후 근로 시간 변화가 예상되면서다. 현재도 ‘주 52시간제’로 일감이 많을 때와 적을 때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 5일 근로에서 반나절가량이 줄어든 주 4.5일제가 적용되면 고객사 물량을 납품 기간 내 맞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결국 물량을 줄이거나 인력을 늘려 주어진 시간에 일을 마무리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전자는 기업 성장 저해가, 후자는 인력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자, 중소기업들은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 4.5일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범정부 차원 주 4.5일제 실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4.5일제 도입시 인건비 부담 커져...생산성 저하 우려도
그래픽=손민균

현재 중소기업 노동 현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로 돌아간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주 5일 동안 8시간 근무한다. 주 5일제다. 여기에 주 단위로 연장근로 12시간을 일한다.

이 후보가 내건 주 4.5일제는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연장근로 시간 감축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주 5일(하루 8시간) 40시간 일하는 것을 36시간으로 줄여, 주 4일(하루 8시간) 32시간 근무하고 금요일 등 하루는 오전에만 4시간 일하는 구조다. 연장근로 12시간은 이전처럼 주 단위로 똑같이 주어진다.

당장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형태로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상황에 맞게 주 5일제, 주 4.5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기업이 주 4.5일제를 운영하면 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 4.5일제가 노동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금속 가공 중소기업 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박용선 기자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우려한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당연히 생산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산업용 금속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는 “그동안 주 5일에 100을 생산했는데, 4.5일에 똑같은 100을 생산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이는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 4.5일제를 기업 선택에 맡긴다고 하는데, 사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겠다고 또다시 노동 시장에서 기업의 자율을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제조 분야 중소기업 대표는 노동 현장의 혼란을 우려했다. 그는 “어떤 중소기업은 주 4.5일제를 해서 금요일 오후는 쉬고 어디는 주 5일제로 금요일을 풀로 일하면, 중소기업 근로자 간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양극화가 생길 수 있다”며 “가뜩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내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후폭풍이 어떨지 예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논의, 中企 현장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경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중소기업 현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아직 주 4.5일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회적 논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장을 각각 고려해 순차적으로 노동 현장에 맞게 그리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후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비즈니스 모델 등 기업 상황에 맞게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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