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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 특임교수는 저성장과 출산율 저하 등이 겹친 한국의 현상황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선택적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한형 기자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반면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사회적 양극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지금 한국이 마주한 이 상황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다.

지난 13일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구 특임교수는 “지금 상황은 외환·금융 위기와 같은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한 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위기는 잘못 대응하면 병으로 치자면 ‘고질병’이 될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가 대표 사례”라고 경고했다.

해법은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구 특임교수는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선택적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나 가전 등 제품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피지컬 AI’, 양자컴퓨터 분야 중에서도 ‘양자통신’ 등의 항목에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기존 정부의 재정 집행 방식과 정책 설계 과정을 뜯어고쳐야 한다. 구 특임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과녁은 잘 설정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한 화살촉은 무뎠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과녁을 꿰뚫는 화살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상황을 진단한다면.

“외환·금융위기 때는 일시적 외부 충격 영향이라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얼마나 빨리 회복하냐가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구조적 위기다. 이 구조적 위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하다. 2022년 기준 1만원 이하 생계형 소액 절도가 2018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백억원씩 돈이 넘쳐나는 사람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라면을 훔친다. 이 어마어마한 격차가 통합을 저해한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에게 얼마를 주는 식의 대증적 처방을 하면 자꾸 줘야만 하는 문제가 생긴다. 자꾸 못 주는 때가 오면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이 위기에 잘못 대응하면 고질병이 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들이 구조적 문제 해결을 못 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했다. 잘 고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가 가장 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은행 보고서는 올해 잠재 경제성장률이 1.8%로 2%를 밑도는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선진국보다 너무 많이 떨어졌다. 미국보다도 낮다.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구조 개혁 없는 대증적 경제 처방으로는 절대 안 된다. 그동안 정부는 목표, 즉 과녁은 잘 제시했지만 이걸 활로 정확히 때리질 못했다. ‘슬로건’만 제시한 꼴이다 보니 ‘이거 하면 된다’는 미래 비전이 안 보였다. 진짜 구조 개혁을 통해 과녁을 꿰뚫는 화살촉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걸 하면 한국이 잘 먹고 잘사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목표를 예전처럼 AI, 바이오 이렇게 설정하는 게 아니라 ‘초기술격차’를 가져올 수 있는 세부 품목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AI를 예로 들어보자. 후발주자가 절대 못 따라가는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우리가 하려 하면 실패한다. 중국 딥시크(Deekseek)처럼 필요한 정보만 추출해 추론하는 모델처럼 효율적인 특정 분야를 노리는 게 정답이다. 한국이 장점을 가진 피지컬 AI는 중국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 숙련공들의 고급 노하우를 활용해 TV와 같은 가전, 자동차에 특화한 소형언어모델(SLM)을 만드는 식이다.”

-그 역할은 정부와 기업 중 누가 해야 하나.

“기업은 정보 공유를 안 한다. 그래서 할 수가 없다. 연구자들도 개별 연구를 하면 기술 흐름에 뒤처진 연구를 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국가가 통합적으로 아이템을 정하고 기업과 연구자를 한곳에 모아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개발한 기술은 회사를 만들어 국민 펀딩을 하고 이익은 국민에게, 세수는 정부에게 돌아오도록 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이런 구조를 만들려면 30조원 안팎 연구개발(R&D) 예산의 특정 비율을 핵심 아이템 개발에 큰 폭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재정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투자해도 기업에선 인재가 없다고 한다. 의대 쏠림 현상도 문제다.

“가령 AI 학과 다닐 경우 장학금 등 인센티브를 대폭 지원하는 식이 있겠다. 졸업하면 유학 기회를 주는 방안도 있다. 이후 취·창업으로 돈 더 잘 버는 구조 만들면 굳이 의대에 갈 이유가 없다. 첨언이지만 이번 의대 정원도 필수 의료에 보상을 몰아주는 식으로 하면 그 과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 의료수가를 건드리는 방식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는 과감하게 보상 체계를 바꿔줘야 한다.”

-실무자인 공무원들이 나서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정책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처음이었고, 최근에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사례로 수사를 받았다. 공무원이 최선을 다해서 정책 결정을 했는데 감사해서 직권남용이라며 처벌하는 건 잘못된 거다. 그러면 공무원은 새로운 정책 고민을 안 한다. 뇌물수수, 고의 중과실일 경우만 처벌하는 게 맞다. 감사원 정책 감사는 권고로 그쳐야 한다. 정책 감사에 대한 징계 권한을 한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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