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탈락한 후 정계 은퇴와 탈당을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기존 판을 갈아엎지 않으면 한국 보수 진영은 살아날 길이 없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홍 전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정권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한 자신의 정치 인생을 되돌아보며 운을 뗐다. 그는 "저격수 노릇이 정치의 전부인양 착각하고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으로 저들에게 타격을 줄까만 생각 하면서 당의 전위대 노릇을 자처했다"라며 "나는 그게 내 역할인양 착각하고 그때가 이당에서 가장 행복 했던 시절이였다"고 회상했다.

"새 판 안짜면 한국 보수는 살아날 길 없어"

홍 전 시장은 이 시기에 보수 정당의 민낯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 당은 (내가) 언제나 들일 하러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일 안하고 빈둥 거리던 놈들이 (안방을) 차지 하고 있었다"라며 "2006년 4월 서울시장 경선때 비로소 이당의 실체를 알았다. 일하는 놈 따로 있고 자리 챙기는 놈 따로 있는 그런 당이라고 그때 알았다"고 적었다. 이어 "결국 그런 속성이 있는 당이란걸 알고도 혼자 속 앓이 하면서 지낸 세월이 20년"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을 '가짜 보수'로 평가했다. 홍 전 시장은 "이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이회창 총재가 정계 은퇴 하면서 끝났다"라며 "그간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서 온갖 미사여구로 정통 보수주의를 참칭하고 국민들의 눈을 가린 그런 세월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급기야 지금은 당의 정강정책 마저도 좌파정책으로 둔갑 시켜놓았다.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판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의 기득권층 대변자였던 토리당(Tory Party)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 했듯이 판이 바뀌지 않고는 더이상 한국 보수진영은 살아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연일 국힘 비판 목소리 이어가

홍 전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을 향해 잇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자신의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 "다급해지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며 국민의힘을 두고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이라고 했다. 15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