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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김채운 | 정치팀 기자

“여성 인권 보장 과정에서 같은 또래 남성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당 입장에선 (성평등 정책을)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 10대 공약을 발표한 날, ‘왜 지난 대선과 달리 성평등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 말을 듣고 지난해 온 나라에 일었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떠올랐다. 지난해 4월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된 원인”이라며 폐지를 의결했다.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건 뒤 ‘요즘 애들 너무 오냐오냐 컸다. 좀 맞으면서 커야 한다’, ‘학생 인권을 너무 봐주니 교사들만 죽어난다’는 여론이 높아지던 때였다.

어느 한쪽의 권리를 보장하면, 다른 한쪽의 권리가 ‘잡아먹힌다’는 이 이분법의 논리가 우리에게 점점 더 익숙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가만 보면, 이 논리가 모든 분야에서 작동하는 건 또 아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을 편다고 ‘비장애인 권리가 침해되니 관두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이재명·김문수 대통령 후보 둘 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토균형발전’을 두고 ‘왜 수도권 주민을 역차별하느냐’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국회에서 21대 대선 10대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왜 유독 ‘성평등’의 시옷 자만 꺼내도 날 선 반응이 나올까.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제로섬 게임’으로 완전히 왜곡시켰다. ‘성평등’, ‘여성’ 이런 말만 써도 ‘여성 편든다, 남자들 거 뺏어간다’는 식의 사고 틀을 우리 국민들에게 심어놨다”며 “성별로 나눠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건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과정인데, 이렇게 나누기만 해도 다 ‘젠더 갈라치기’라는 역공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니 주류 정치인들의 공적 토론의 장에서 성평등 이슈가 실종돼 버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구체적인 성평등 의제에 대한 청년 남성들의 동의 정도는 결코 낮지 않다. 같은 토론회에서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남성들이 ‘성평등’, ‘페미니즘’이란 단어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연구 결과 실제로 18개 성평등 정책 과제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정책에 70% 이상이 동의한다”고 했다. 20·30대 남성 60.3%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최근 보도된 바 있다. 다른 이슈들처럼 성평등 정책도 결국 모두가 원하고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정책인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유세에서 “잘 닦여진 길을 가는 게 행정이면, 없는 길을 만들어 희망을 만드는 게 정치다. 어려우면 길을 내는 게 정치가 할 일”이라고 했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면서, 이것이 공동체 전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일 터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과 그 뒤로도 ‘정치인’의 역할을 하려 한다면, “국토균형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국가 전략이다. 힘없는 데에 좀 더 지원하는 게 진정 공정한 나라”라고 목 놓아 외쳤던 것처럼 “실존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는 게 진정 공정한 나라”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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