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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허위 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그제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향후 재판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 후보가 기소된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정 자체가 법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개정안이 없어도 이 후보가 만약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재임 중에 재판을 받는 일은 절대 없다. 법원이 재판을 진행할 기미를 보이면 곧바로 민주당이 해당 판사를 탄핵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판사가 구속당할지도 모른다. 지금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을 추진하는 기세를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5월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왜 민주당은 굳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비판을 들어가며 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문제를 작금의 대선과 연결지어 생각하지만, 민주당은 벌써 ‘이재명 정권’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다.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설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2030년 6월 이후엔 선거법 재판이 속개된다. ‘이재명 전 대통령’이야 유죄가 나오더라도 퇴임 후이니 별 부담이 없다. 아마 징역형이 나와도 1심처럼 집행유예일 것이고, 벌금형이야 돈을 내면 그만이다. 전과만 하나 더 늘 뿐이다.

‘이재명 퇴임’ 이후 내다 본 민주당
당선무효형 확정시 434억 토해야
선거법 고쳐 자기 벌금 자기가 면제
하지만 민주당은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이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면 문제없지만 만약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당선무효)이 확정되면 엄청난 재앙이 발생한다. 선거법 265조의 2는 대선후보가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해당 선거의 선거 보전ㆍ반환 비용을 추천 정당이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2년 대선 때 민주당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보전ㆍ반환받은 비용은 434억원이다. 민주당이 이 돈을 갚으려면 아마 당사를 팔아야 할 것이다. 당의 재정이 파탄나 당세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런 악몽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집권 초에 후다닥 선거법 개정안을 해치우는 게 상책이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그 이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곧바로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까 싶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후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필자는 이런 민주당의 작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는 게 목적이다. 이해충돌방지법 2조6은 ‘사적이해관계자’의 하나로 ‘공직자 자신 또는 그 가족이 임원ㆍ대표자ㆍ관리자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 또는 단체’를 예시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민주당의 관계는 당연히 이에 해당한다. 또 이 법 5조5는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세ㆍ부담금ㆍ과태료ㆍ과징금ㆍ이행강제금 등의 조사ㆍ부과ㆍ징수 또는 취소ㆍ철회ㆍ시행명령 등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는 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즉, 민주당 의원들이 사실상의 벌금인 434억원을 당이 토해내지 않아도 되게끔 법을 바꾸는 행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

민주당이 이런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면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그런 개정안에 합의해 줄 리 만무하다. 물론 민주당은 이런저런 법 논리를 동원해 개정안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를 짓밟은 것만은 분명하다.

원래 선거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국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입맛대로 바꾸면 판 자체가 깨진다는 통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9년 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빅딜용으로 선거법을 ‘날치기’하면서 불문율이 무너졌고, 의회 민주주의의 붕괴가 시작됐다. 이젠 선거법 단독 처리가 뭐가 문제냐는 지경이 됐다. 한국 민주주의를 망가뜨린 건 비상계엄뿐이 아니다.

김정하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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