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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한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며 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중소기업에 5년째 다니고 있지만,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빠듯한 월급에 부모님께 기대기도 어려워 ‘내집 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처음에는 친구들과 월급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이제 집을 산 친구들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며 “생활이 너무 팍팍하다 보니 결혼 생각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득 양극화와 자산 불평등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격차는 처음으로 2억원이 넘었다. 조세와 복지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도 약화하고 있다.

15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105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억9747만원)보다 1304만원 늘며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소득 하위 10%(1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1019만원으로 전년보다 65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 상·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 2억32만원으로 벌어졌다. 이는 201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격차다. 대기업 ‘성과급 잔치’가 이어지는 데다 고소득자의 이자·배당수익 등 재산소득이 불어나며 소득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도 확대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정규직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했을 때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지난해 66.4%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만 해도 72.4%였던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점점 줄어 지난해 60%대가 깨졌다.

자산 양극화도 악화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소득 상위 20%의 순자산 점유율은 2017년 42.8%에서 2024년 46%로 상승했다. 순자산 점유율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으로, 상위 2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4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다른 소득 구간의 순자산 점유율은 모두 하락했다. 이를테면 ‘중간층’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소득 하위 20%의 순자산 점유율도 6.9%에서 6.7%로 뒷걸음질 쳤다.

부동산 시장도 ‘강남’과 ‘비강남’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 결과,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2022년 5월 26억2000만원에서 2025년 4월에는 30억9000만원으로 약 18%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비강남권 주요 아파트가 11억6000만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약 7% 하락한 것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도 약 2.3배에서 2.9배로 벌어졌다.

소득 계층 ‘이동 사다리’도 끊겼다. 통계청의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를 보면 소득 이동성은 2020년 35.8%에서 2021년 35%, 2022년 34.9%로 매년 감소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에 속한 사람 10명 중 약 7명은 1년 후에도 계층 이동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소득 상위 20% 10명 중 8명 이상은 계층을 유지했다. 이는 소득 양극단에 있는 계층의 이동이 사실상 정체됐음을 시사한다.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지만, 조세와 복지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22년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18.2%로 통계가 발표된 31개 회원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세금과 연금, 복지 등 소득 재분배 정책이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한국의 경우 각종 제도가 불평등을 줄이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산격차와 교육격차, 일자리 격차로 이어지는 세습사회가 됐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누진증세 원칙과 보편적 부담 원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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