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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가능성 없어…한국 강해지는 첫걸음은 핵무기 개발"
"한국 핵무장, 시간 걸리지만 성공한다…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해야"
"한미동맹 강화하되 북한자극 자제해야"…란코프 국민대 교수 인터뷰


편집자 주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다섯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세 번째 기사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4월22일 [삶] "나는 소련 386 학생운동권 출신…한국 386은 완전 거꾸로 갔다"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5월2일 [삶] "한국기여 1위 단연 박정희, 2위 김대중…이승만 기여 크지않아"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6월에 송고 예정인 네 번째와 다섯번째 기사는 글로벌 패권 다툼, 북한 핵 문제, 한반도 통일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 스토리와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란코프 교수
[윤근영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 위험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최악의 경우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은 전략핵무기인 ICBM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해서 미국의 한국지원을 차단한 뒤 남한에 전술핵무기 몇 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은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 핵무기에 비하면 물총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한국을 굴복시킨 뒤 중국이 과거에 홍콩 관리하듯이 한국을 다룰 수 있습니다. 당분간 기존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위험성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런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자국 GDP(국내총생산)의 70배나 되는 남한이 바로 옆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정권 안보에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해서 4차례에 걸쳐 란코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란코프 교수는 "한국의 핵무장은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미국이 묵인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서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통해 상황에 따라서는 즉각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1963년 소련의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란코프 교수는 1980년 당시 레닌그라드 대학교 중국역사학과에 입학했다. 1984년 9월부터 10개월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인 1992년부터 4년간 한국의 오산대학교, 중앙대학교에서 러시아어 강의를 했고, 1996년부터 8년간 호주 국립대학교에서 중국·한국 역사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2004년부터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북한학 등에 대해 강의 중이다.

란코프 교수는 2013년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해 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했던 학자다. 국제 사회에서는 뛰어난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모교인 레닌그라드 대학교에서 한국의 4색 당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혁명 직후인 1918년 당시 레닌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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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1차 기사 요약>

[삶] "나는 소련 386 학생운동권 출신…한국 386은 완전 거꾸로 갔다"(2025년 4월22일 송고)

나는 1980년대에 소련(러시아)의 국립 레닌그라드 대학교(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 다녔고 동아리 활동도 했다. 한마디로 소련의 386 운동권 학생이었다. 당시 소련의 운동권 학생들은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를 진보로 판단했고 이를 위해 싸웠다. 소련 학생들에게 사회주의는 수구이며 반동적인 사상이었다.

똑같은 시기인 1980년대에 한국의 학생 운동권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들은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투쟁했다. 학생운동권은 소련의 국가사회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지향하는 PD(민중민주) 계열과 북한의 사회주의를 모델로 삼은 NL(민족해방) 계열로 양분돼 운동을 전개했다. 두 계열 모두 남한에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했다.

한국의 학생운동권이 이렇게 거꾸로 간 것은 당시 해외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지 못한 채 빈부 격차 등에 집중한 것도 당시 학생운동권이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했던 이유 중의 하나다.

오늘날의 진보는 기술 발전을 포함한 경제발전이 진행되고, 좀 더 평등한 분배가 이뤄지고, 인권과 자유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이다. 과거의 소련,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진 것은 경제발전이 안 됐기 때문이다.

<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2차 기사 요약>

[삶] "한국기여 1위 단연 박정희, 2위 김대중…이승만 기여 크지않아"(2025년 5월2일 송고)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 1순위는 단연 박정희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객관적 역사학자라면 그의 성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는 독재자였고 노동운동을 탄압했으며 정치적 자유도 막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다.

그다음으로 기여한 사람은 김대중이다. 그는 젊은 시절인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민주화에 김대중의 공은 크다고 생각한다.

이승만은 한국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남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출범한 것은 미국 영향의 결과이지, 이승만이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1984년 9월부터 10개월간 북한 평양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북한 주민들은 친절했고, 낭만을 즐겼고, 야심이 있는 젊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남한과 달리 극복하기 어려운 빈곤함이 있었다. 당국의 감시와 통제는 너무 강했다. 북한에서는 현실정치는 물론, 역사에 대해서도 토론하기 어려웠다.

6.25 전쟁 당시 국군 보병 입대식
1952년 4월30일 보병입대식에서 입대자들이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다음은 란코프 교수 인터뷰의 3차 기사 질문-답변.

-- 소련 학창 시절 한반도의 6.25 전쟁에 대해 어떻게 교육받았나.

▲ 당시 소련에서 공식적인 담론은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공격당했다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레닌그라드 대학교 아시아학부 학생들이었다. 졸업 후에 KGB(옛소련 첩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 될 수 있고 외교관, 당 간부, 무역일꾼이 될 수도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니 당국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교수들은 한국전쟁을 시작한 나라는 북한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 지금도 러시아 국민들은 한국이 침략한 것으로 알고 있나.

▲ 그렇지 않다. 1991년 말 소련 붕괴 이후 한국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와서 북한이 침공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게 됐다.

2013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 방문한 란코프 교수(왼쪽)
[본인 제공]


-- 본인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던데.

▲ 2013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해 5∼6명의 북한 전문가가 초대됐다.

-- 오바마 대통령이 왜 초대했나.

▲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관해 관심 있는 것은 북핵밖에 없다.

-- 만나봤더니 오바마는 어떤 사람인가.

▲ 1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러나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와 만나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북핵 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스탈린
[연합뉴스 사진]


-- 러시아의 역대 정치인 가운데 본인이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흐루쇼프다. 그는 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지도자다. 정치범 수용소에 있던 100여만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소련과 러시아의 역사에서 그때만큼 국민들 생활 수준이 빨리 올라간 시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사람은 스탈린과 브레즈네프다.

-- 스탈린은 왜 인기가 있나.

▲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렇지만 그가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침략을 막아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탈린 집권 시절 경제성장이 빨랐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경제성장을 위해 수백만 명의 농촌 아사자(굶어 죽은 사람)가 발생했고. 장기적으로는 생활 수준 침체도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의 이런 문제점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 고르바초프가 가장 인기 있을 듯한데.

▲ 무슨 소리인가?. 러시아 국민에게 제일 인기가 없는 사람이 고르바초프와 옐친이다. 이들 정치인은 나라를 망하게 했고, 소련을 해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라 힘을 약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러시아 국민은 지도자를 평가할 때 소득수준 향상보다는 나라의 힘을 중시하나.

▲ 그런 경향이 없지 않다. 러시아 국민들의 정치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국가 제일주의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외국의 침략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듯하다. 국민들은 나라에 힘이 없으면 자기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한 정부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내가 이런 논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 국민은 강한 지도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푸틴 현재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 인기가 있는데, 나라를 강국으로 만들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 러시아가 과거에 침략을 많이 당했나.

▲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침략을 받았고, 그전에도 남쪽 초원 지역의 유목민족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6.25 전쟁 당시 국군과 피난민
국군은 전투를 위해 북쪽으로 가고 있고, 피난민은 남쪽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은 수천년간 외세의 침략을 받았기에 이제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 그 첫걸음은 핵무기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 한국은 미국 핵우산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 그러나 핵우산에 관한 미국의 약속은 이전보다 가치가 낮아졌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도울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고 있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 미국 백악관은 서울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LA나 뉴욕이 폐허가 될 수도 있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확보했기에 한미동맹은 옛날만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다.

--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췄나.

▲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본다.

--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전 세계에서 전쟁위험이 상당히 높은 몇 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도 전쟁위험이 높지만 나라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떨어진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은 침략당하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 북한이 왜 한국을 침략한다는 것인가.

▲ 북한 정권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한국이다.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의 70배나 된다. 같은 민족이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선진국이 됐다는 것은 엄청난 위협이다. 전 세계에서 남북한처럼 소득격차가 심한 이웃 나라들은 없다. 북한 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한국의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면 좋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경제 능력은 가치가 크다. 그들은 한국 경제를 파괴하지 않고 접수한다면 막대한 경제력을 얻을 수 있다.

북한 장거리포와 미사일 훈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5월8일 장거리포ㆍ미사일 체계 합동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사진]


-- 전쟁이 일어나면 대만과 한국은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

▲ 대만은 중국에, 한국은 북한에 병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북한이 조만간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심한 과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ICBM과 전술핵 발전 때문에, 얼마 전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이런 위험이 최근에 많이 높아졌다.

-- 한국은 전쟁에서 패배하고 북한에 흡수된다는 것인가.

▲ 남북한 갈등이 폭발하면 북한은 먼저 미국이 참전하지 못하도록 협박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면 ICBM을 미국의 워싱턴,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에 떨어트린다고 할 것이다. 이러면 미국이 한국을 돕기가 쉽지 않다. 미국 지원이 없다면 핵무기가 없는 남한은 패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가진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의 핵무기에 비하면 물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한국의 GDP(국내총생산)가 북한의 70배에 달하는데, 어떻게 북한에 병합된다는 것인가.

▲ 북한이 남한을 곧바로 흡수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인구도 2배나 많고, 세계관과 문화도 사뭇 다르고, 생활 수준이 훨씬 높기에 북한이 즉각적으로 합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방법이 있다. 중국이 과거에 홍콩을 관리했던 방식을 북한이 채택할 수 있다. 아니면 남한에 북한의 위성 정권 또는 통제할 수 있는 정권을 세울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적어도 남한이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다.

-- 구체적으로 남한이 어떤 형태가 된다는 것인가.

▲ 홍콩화가 된 한국에는 대통령이 있고, 어느 정도 자유선거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도 남아 있다. 현대차, 하이닉스 등 기업들도 그대로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북한이 허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군은 해산되고 경찰만 남는다. 북한의 감시는 강화된다. 한국 정치인은 북한을 비판하지 못한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핀란드 사례도 있다.

-- 핀란드가 위성국가였나.

▲ 핀란드는 194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여전히 자유주의 국가로 남아 있었다. 국내 정치에 있어서는 몇 가지 외에 제한이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주요한 국제정치 문제는 소련이 하라는 대로 해야 했다. 그때 핀란드는 소련의 위성국가는 아니었지만, 주권이 제한된 국가였다.

-- 북한이 흡수하려 한다면 한국 국민의 저항이 클 텐데.

▲ 총칼로 위협하면 저항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무자비한 진압을 받으면 몇주 이내에 시위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 하게 된다. 북한의 시위 진압은 1980년대 한국 군사독재정권의 행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국군의날 맞아 시가행진하는 한국 무기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2024년 9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시가행진에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고위력 현무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으로 구성된 3축 체계 장비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 장기적으로 보면 남한의 핵무장은 가능성이 매우 높고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핵무기는 한국의 장기적 생존에 있어서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 미국이 묵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얼마 전에 한국을 '민감 국가'로 분류한 것은 남한의 핵 개발에 반대한다는 신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미국이 묵인하지 않는 이유는,

▲ 핵확산은 자국의 위상을 낮추기 때문이다. 미국은 합법적 핵 보유 5개국 중 하나다. 이들은 핵확산이 자국들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남한 핵을 인정하면 일본, 대만, 베트남, 미얀마, 이란, 이라크, 사우디 등으로 핵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니 미국이 남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기가 어렵다.

-- 미국은 북한 핵을 막지도 못하면서 남한 핵은 안된다는 것인가.

▲ 한국 사람들은 순진한 듯하다. 우리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강대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판단 기준은 자국 이익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생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국 사람들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국가들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은 남한의 핵 개발이 자국에 대한 도전인지, 아니면 자국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다.

--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면 핵무장을 묵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핵은 주로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겠지만, 어느 정도 중국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에는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초강대국이어서 동북아보다 세계를 생각할 것이다. 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핵무장은 세계적인 핵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도 남핵을 반대할 것이다. 남한이 핵무장을 강행하면, 중국의 보복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중국이 경제보복을 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나토, 방공훈련 진행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023년 6월6일부터 연합공군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나토 제공]


-- 한국이 핵무기개발을 못 한다면 나토식 핵 공유는 어떠한가.

▲ 나토식 핵 공유는 나토 회원국의 비행기 조종사가 미국의 핵무기를 싣고 적성국에 가서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핵무기 사용권은 미국 대통령이 갖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 조종사가 적성국에 가서 핵폭탄을 떨어트렸는데, 미국이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라면 폭발하지 않는다. 핵 공유는 말로만 듣기 좋을 뿐이다.

-- 전술핵 재배치는 어떤가.

▲ 약간의 심리적 도움을 줄 뿐이지 큰 효과는 없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한국을 지킬 마음이 있으면 핵 사용이 가능하다. 장거리 폭격기와 ICBM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에는 미국 전술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미국 전술핵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언제든지 원한다면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핵 추진 잠수함 버몬트함 부산 입항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버몬트함이 2024년 9월 2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5m, 폭 10m, 배수량 7천800t의 이 잠수함은 역내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입항했다.
[연합뉴스 사진]


--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나.

▲ 북한 비핵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웃기는 주장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자살을 꿈꾸는 바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 우크라이나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북한 지도자가 모를 리 없다. 북한에 기근이 생겨서 다시 수십만명의 주민이 굶어 죽어도 북한 지도자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현실적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 핵무기개발의 기초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나서야 한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핵 잠재력 확보다. 다른 한편으로 불필요하게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군사훈련을 할 때 의식적으로 매우 요란하게 알렸다. 미국,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너무 열심히 '홍보'했다. 이것은 필요 없는 행위였다. 나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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