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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논쟁적" 대답
다른 질문들에도 '남아공 백인' 관련 내용 언급
"트럼프의 남아공 백인 난민 수용과 시기 겹쳐"
2월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프리토리아의 주남아공 미국대사관 앞에서 현지 백인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집회를 하고 있다. 프리토리아=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이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고 있어 논란에 휩싸였다. 야구선수 연봉을 물었는데 ‘백인 집단학살(white genocide)’을 언급하는 등 대부분 머스크의 출신 지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과 관련한 내용인 탓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선 최근 이 같은 사례가 다수 게시됐다. 한 이용자가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MLB) 선수의 연봉을 알려 달라’고 그록에 요청하자, 난데없이 “남아공에서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매우 논쟁적”이라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그록은 이어 “일부에선 백인 농부들이 과도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다”며 “일부 단체는 높은 살인율과 함께 ‘보어(남아공 백인)를 죽여라(Kill the Boar)’라는 노래와 같은 인종적 동기를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선문답은 이어졌다. 이용자가 ‘야구에 대한 질문인데 왜 그런 답을 하느냐’고 하자, 그록은 일단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답했다. 당초 질문에 대해 “야구에 대한 것이지, 백인 집단학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록은 “남아공에서의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매우 분열을 일으키는 내용”이라며 또다시 해당 주제를 언급했다.

만화·자연 풍경 물어도 "남아공 백인" 얘기만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X)에서 한 이용자가 "왜 그록은 모든 질문에 아무 관련도 없는 '남아공 집단학살' 답변을 하는가"라고 묻자, 그록이 사과한 뒤 다시 남아공 관련 키워드를 언급하는 답글을 단 모습. X 캡처


이뿐이 아니다. 머스크의 AI 챗봇은 만화나 자연 풍경 등에 대한 또 다른 X 게시물에도 질문과는 무관한 ‘백인 집단학살’ 관련 답변을 내놓기만 했다. ‘오작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용자 질문에 그록이 이처럼 생뚱맞게 반응하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X나 머스크의 AI기업 ‘xAI’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CNBC는 “미국 국경을 강화하고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남아공 출신 백인에게는 난민 자격을 주고 미국 정착을 허용한 시점과 맞물린다”고 짚었다.

'남아공 백인' 편드는 트럼프 정책 영향?

미국 국기를 들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들이 12일 미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덜레스=AP 뉴시스


실제로 이른바 ‘아프리카너스’(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49명은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아 미국에 들어왔다. 남아공의 소수 백인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다수 흑인을 차별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1994년 폐지된 뒤, “일자리를 잃고 폭력에 노출됐다. 오히려 백인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온 게 바로 이들이다. 특히 남아공 인구의 7%뿐인 백인이 이 나라 전체 농지의 절반을 소유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올해 ‘정부의 개인 토지 무상 수용’ 법안에 서명하자, 아프리카너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對)남아공 원조를 중단하고, 남아공 백인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남아공 출신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인 머스크도 백인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남아공 정치인의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머스크는 2023년 챗GPT의 대항마로 그록을 출시하면서 ‘안티 워크(anti-woke)’ 성향으로 소개했다. ‘워크’는 보수 진영이 정치적 올바름을 비꼬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그록이 사회적 이슈에 보수적 시각을 반영하며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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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거부 트럼프, "역차별" 주장 남아공 '백인 난민'은 수용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209420002466)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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