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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발굴 자료 비공개 왜?]

대통령실 자료 이관 제동-국회 법 개정도 표류
국가기록원 “제한적 열람 방안 강구하겠다”
연합뉴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여간 활동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수집하고 생산한 자료의 80% 이상이 국가기록원에서 ‘비공개’ 상태로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5·18 관련 단체들은 “자료 접근이 차단돼 후속 연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가 15일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조사위 자료 현황을 확인한 결과, 조사위가 생산해 기록물로 등록된 총 6만5056건 중 5만4712건(84%)이 비공개로 분류돼 있었다. 전체 공개(8479건)와 부분 공개(1865건)는 전체 기록물의 약 16%에 불과했다.

조사위가 발간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4년여 활동 기간 생산·수집한 자료는 총 284만여쪽에 4.5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특히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약 2800여명을 접촉해 344명으로부터 진술조서 등을 받았고, 1176명으로부터 간접 증언과 정보를 수집했다. 이외에 피해자 777명 등 민간인 1158명을 면담했고, 400차례 이상의 현장 조사도 실시했다.

활동 기간 종료로 조사위가 지난해 6월 공식 해산한 이후 해당 자료들은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 국가기록원 자료를 검색해보면 조사위가 생산한 ‘합동수사본부 수사기록 중 A의 진술서’ ‘피의자 신문 조서’ 등 각종 수사 자료를 비롯해 ‘암매장 추정지 현장 검증 출장결과보고’ 등의 조사 결과도 다수 포함됐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 해당 기록물을 국회 동의를 얻어 5·18민주화운동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 또는 단체로 이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동의’의 주체에 대한 법령 해석 차이를 이유로 대통령실이 자료 이관에 협조하지 않았고, 국회가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5·18 관련 단체들은 후속 연구를 위해 조사위 기록물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조사위가 새로 수집한 자료들의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이를 적극 활용해 민간 차원의 후속 연구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도 “원본은 국가기록원에 보관하더라도 관련 단체들이 제약 없이 사료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올 연말까지 자료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대한 조속히 학술적 목적의 제한적 열람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4년여간의 활동기간 새로 수집하거나 생산한 기록물 대다수가 국가기록원에 ‘비공개’ 상태로 묶이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협조 거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은 조사위의 기록물을 국회 동의를 얻어 5·18 관련 단체로 이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거부와 비협조로 국회 동의 절차 자체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록물들은 결국 ‘통상의 절차’에 따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고 개인정보, 수사 사항,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약 84%의 자료가 비공개 대상으로 분류됐다. 국회가 뒤늦게 관련법 개정에 나섰지만 조사위가 이미 해산된 상태라 기록물 이관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는 이도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생하며 법안 심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와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위는 활동 종료를 4개월 앞둔 지난해 2월부터 기록물 이관 절차를 밟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에 규정된 ‘국회 동의’ 절차와 관련해 국회사무처로부터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의안은 대통령 재가와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副署·서명)가 필요하다’는 해석을 받았다.

이에 조사위는 국무총리실과 협의를 거쳐 ‘국회 동의안’을 제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이 단계에서 돌연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실 사회통합비서관실에서 “동의안 제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위원회”라며 “대통령실을 거치지 말고 위원회 명의로 국회 동의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조사위는 대통령실 요구대로 위원회 명의로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제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이를 반려했다. 결국 기록물은 과거 다른 위원회의 사례를 참고해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

조사위 관계자들은 5·18 진상규명에 부정적이던 대통령실이 고의로 방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실 A행정관은 조사위와 총리실 관계자들을 대통령실로 호출해 “좌파 세력이 어떻게 프레임을 전환하고 왜곡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질책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조사위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총리실을 통해 국회 동의안이 올라오자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A행정관은 통화에서 “현재는 사직한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이후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된 국회 동의 절차를 삭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 발의했다. 또 이관 기관 대상 기관을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및 5·18기념재단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조사위가 해산된 뒤 법안 심사가 진행되면서 법 개정 필요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24일 국방위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에는 이미 해산된 조사위를 대신해 국방부 차원에서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청산단’ 관계자가 대리 출석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정치적 판단을 해야 될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김병주 소위원장이 “법 취지 혹시 파악한 것 없나요. 그쪽 재단하고는 접촉해 본 적 없나요”라고 묻자, 청산단 관계자는 “기본적인 의도는 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접근성 문제에 대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법안 심사는 보류됐다. 이에 5·18단체 관계자는 “국회도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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