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입사하면 사기수법 수주간 교육
신기술 도입 땐 시나리오 수정
도주 등 방지위해 복지제도 마련
지난해 경찰이 베트남에서 사무실을 차려 국내 조직원들과 함께 모바일 스미싱 범행을 해온 해외 조직원 7명을 검거, 총책 등 3명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찰청

[서울경제]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조직 운영 체계 마련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사기 대본 숙달과 시나리오 내 신기술 도입을 위해 이론 및 실습 등 철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직원의 배신을 방지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해 ‘베스트 드레서’ 선정 등 각종 복지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부터 2년가량 우리나라의 한 복권 번호 추천 사기 조직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박민지(가명) 씨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회사 내 교육 담당 부서에 파견돼 수 주간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여느 업체와 같이 설립부터 최근 확장된 사업까지의 회사 역사에 대한 교육으로 시작된 일정은 업무 목적에 대한 이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법 이론, 이를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대본과 시나리오 숙지 등으로 이어졌다. 박 씨는 콜센터처럼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사기 사이트 가입이나 상품 추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문장을 강조해야 하는지 등 대본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마치고 교육 담당 직원과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실습을 진행한 뒤 현장에 투입됐다.

교육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수정돼 대본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두의 사인’이라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출시되자 총책은 해당 기술이 피해자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사기 시나리오에 녹일 것을 지시했다. 상담원 역할을 하는 조직원들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전자결재를 통한 회원 가입을 권유하기 전 시스템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대규모 사기 조직의 경우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한 조직은 매주 조직원들에게 주급을 정산해주기 전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그 주에 금원 편취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의 녹취본을 번갈아 들려주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은 피해자의 반응을 틀어주고 해당 상황에서 조직원이 어떤 멘트를 해야 하는지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 사이 우리나라 경찰에 순차적으로 검거된 한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은 내부에 여성 조직원들이 다수 있다는 이유로 조직원 간 성비위를 막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교육을 진행한 담당자는 우리나라 지방 소재의 한 대학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대학교수로 은퇴 후 권유를 받고 해당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신한 조직원이 수사기관에 조직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에 거점을 둔 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매주 옷을 가장 세련되게 입은 직원을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해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가장 옷을 갖춰 입지 못한 직원을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정 금액을 쥐어주며 새 옷을 구매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과거 성매매 업소가 랜덤 채팅 앱으로 변신한 것처럼 불법 테두리 내에 있던 사업을 양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조직은 조직원의 도주 우려나 밀고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배분 차원에서 철저한 교육과 조직원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483 경찰, “돈 안 주면 임신 폭로” 손흥민 협박한 일당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5.05.16
48482 [여담] 가족의 재구성 랭크뉴스 2025.05.16
48481 [현장+] 이재명, '텃밭' 호남서 큰절 올려…"대동세상 위해 분골쇄신할 것" 랭크뉴스 2025.05.16
48480 78세까지 월급 618번…월급쟁이 소리 싫어 오너처럼 일했다 [더 인터뷰] 랭크뉴스 2025.05.16
48479 카네이션도 형사처벌?…부산교육청 공문에 교사들 반발 랭크뉴스 2025.05.16
48478 갈 길 먼 국힘, 선대위 인선·친윤 복당 잡음으로 ‘덜컹’ 랭크뉴스 2025.05.16
48477 이재오, 친명계와 만찬에 "사제지간 선후배 단순모임, 정치언급 없어" 랭크뉴스 2025.05.16
48476 [H공약체크] 이재명·김문수 "GTX 전국 확대" 한목소리... 수요 급감·재원마련 어쩌나 랭크뉴스 2025.05.16
48475 김문수 TK 유세에 안 보이는 의원들…만찬에도 1명만 왔다 [대선 인사이드] 랭크뉴스 2025.05.16
48474 [대선언팩] “정부 지분 많아도 민간 기업인데”… HMM 부산 이전 공약,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5.05.16
48473 "신해철 심낭에 '깨' 떠다녔다" 30년 부검의도 경악한 그 의사 랭크뉴스 2025.05.16
48472 "李 테러할 블랙요원 암약"…민주당, 수천만원 방탄유리 주문[대선 인사이드] 랭크뉴스 2025.05.16
48471 미·러·우크라 정상회담 ‘불발’···낙관 어려워진 이스탄불 협상 랭크뉴스 2025.05.16
48470 [뉴욕증시-1보] PPI·소비 둔화 속 사흘째 혼조 마감 랭크뉴스 2025.05.16
48469 "훈육하려고"…11살 아들 야구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한 '선출' 아빠의 최후 랭크뉴스 2025.05.16
48468 "탈당하라" 요구 빗발쳐도 尹은 왜 버티나 랭크뉴스 2025.05.16
48467 [사설] 국힘 새 지도부 ‘계엄·탄핵의 강’ 건너 전면 쇄신 나서라 랭크뉴스 2025.05.16
48466 "누가 허위 만든건지 말할 것"…이 말한 증인 입 막은 민주당[현장에서] 랭크뉴스 2025.05.16
48465 동물실험 대신 박쥐 오가노이드…국내 연구진, 세계 최대 플랫폼 구축 랭크뉴스 2025.05.16
48464 트럼프 “카타르, 이란 문제 도와달라” 랭크뉴스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