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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조력도 핀잔 당하기 일쑤
좁은 칸에 도장 이들엔 어려워
쉬운 ‘그림투표용지’등 목소리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발달장애인 전해은(27)씨에게 ‘대선 투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전씨는 2022년 20대 대선 당일 투표하러 갔다가 “그 쉬운 거 하나 못 하냐. 짜증 나게 오래 걸린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전씨는 당시 ‘투표 조력’을 요청했지만, 현장에선 “그런 건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씨는 15일 “그때 처음으로 국가가 우리의 말을 듣는 척만 하고 있구나 뼈저리게 느꼈다”며 “발달장애인도 투표를 잘할 수 있도록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전씨와 같은 발달장애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좁은 칸에 빽빽하게 표시된 투표용지는 이들이 투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송효정 피플퍼스트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60%는 신경계통 약물을 복용해 손떨림이 있다”며 “좁은 투표 칸에 도장을 찍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신체장애인에게는 점자 공보물이나 투표 보조가 제공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움은 부족하다. 2016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장애인과 투표 보조인이 함께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게 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조항에 발달장애인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장애인권강사 양성 과정을 밟고 있는 전씨는 각 정당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심 요구안은 정당 로고나 후보자 사진, 넓은 투표 칸으로 구성된 ‘그림투표용지’ 도입이다. 쉬운 공보물 제작, 투표보조인 조력, 모의투표 제공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2022년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정당 로고나 후보 사진이 포함된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상고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투표 보조를 인정하고 있어 지침 변경에는 선거법 개정 등의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발달장애인의 투표율은 다른 장애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대 대선에서 장애인 평균 투표율은 82.1%였지만, 발달장애인에 포함되는 지적장애인(55.1%)과 자폐성장애인(53.7%) 투표율은 50%대에 그쳤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조사에서는 만 18세 이상 발달장애인(20만9779명) 중 최근 1년간 투표에 참여한 비율이 41.9%(8만7912명)에 불과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달장애인들의 요구 사항은 단순히 편의 제공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장치”라고 말했다. 제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은 발달장애 유권자에 대한 투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여전히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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