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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600쪽 보충이유서 내며 정식 고소…"구속 수사" 요청
경찰, 사전영장 신청 결정하고도 실행 '미적'…늑장·은폐 의혹 감찰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분리조치를 당한 30대가 피해자를 찾아가 납치살인극을 벌인 뒤 자살한 가운데 이 사건 피해자가 한 달여 전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기록 검토 후 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해 놓고도 실제로는 영장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그간 피해를 강력하게 호소해 온 이 여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과는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대해 수사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수사 감찰 진행은 국가수사본부의 점검 결과 화성동탄서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 데 따라 결정됐다.

이번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41분께 화성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납치해 온 사실혼 관계의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정폭력으로 B씨와 분리조치돼 있던 A씨는 B씨가 임시로 머물던 지인의 오피스텔 주소를 알아낸 뒤 직접 찾아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9월, 올해 2월과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A씨를 신고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장 최근의 신고인 지난 3월 3일 당시 B씨는 "A씨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앞서 두 차례나 폭행 등의 신고가 있었던 데다 B씨가 피해를 호소함에 따라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A씨에게는 B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제한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했다.

경찰은 B씨에게 '피해자 보호 임시숙소'에 입주할 것을 권유했으나, B씨는 "지인의 집에 머물겠다. A씨가 그곳 주소를 모른다"며 지인의 오피스텔을 거처로 삼기로 했다.

그러면서 B씨는 "다음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며 또 다른 피해가 있었다고 경찰에 알렸다.

B씨는 지난달 4일 A씨를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같은 달 17일에는 지난 1년여 간의 피해 사례를 녹음한 파일을 녹취록으로 풀거나 글로 써 둔 600쪽 분량의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했다.

B씨는 이 자료를 통해 "A씨를 구속 수사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검토한 끝에 A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달 말~이달 초께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10여 일이 지나도록 관련 서류조차 만들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고, 결국 지난 12일 끔찍한 납치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조금 더 신속히 A씨에 대한 신병 처리를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사건 이튿날인 지난 13일 경찰은 B씨가 A씨와 분리조치 된 이후 낸 고소장 내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고소 내용은 여러 가지"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B씨의 구속 수사 요청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쏙 빼놓은 채, B씨가 경찰의 권유에도 피해자 보호 임시숙소를 거절한 점, 정상 작동하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는데도 누르지 못해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더욱 강조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 질문) 당시에는 고소 내용에 관해 자세히 답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지시했는데,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며 "피해자가 안전한 상태였다고 생각한 탓도 있다"고 했다.

이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곧 수사 감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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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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