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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프리즘]
정치권서 고개 드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카드론 이용자 20%는 대출 불가능”
“대부업권은 신용대출 전멸할 수도”
이자 경감해주려다 정부 재정부담만 늘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법정 최고 금리를 현행 20%에서 15%로 인하하는 공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지만, 2금융권에서는 15~20% 금리로 대출을 받는 저신용자들이 더는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정부의 정책 대출을 이용하거나,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경감 효과보다, 정책 대출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과 사회적 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드론 이용자 20%는 대출 불가능”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 서민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조차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가 늘어날 수 있다.

15일 8개 전업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지난 3월 신용 점수별 카드론 금리를 보면, 비씨·하나·KB국민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가 신용 점수 701~800점 구간 고객에게 평균 15%를 초과하는 운영 가격(대출 금리)을 적용하고 있다. 700점 이하부터는 8개 카드사 모두 카드론 금리를 최소 16.5%, 최대 19.9%로 책정했다. 700점 이하 금융 소비자들은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론 이용자 20%는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카드론 이용자 수가 약 26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52만명은 카드론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2월 카드론 이용 실적을 토대로 집계한 금리별 회원 분포 현황을 보면, 8개 카드사에서 카드론을 이용한 회원의 47.3%가 금리 16% 이상이었다. 금리 18~20% 구간의 회원은 27.6% 수준이다.

그래픽=이은현

카드론 금리는 원가와 마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원가는 카드사가 대출을 내주기 위해 자금을 조달한 비용과 연체 발생을 대비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 비용, 사업 비용 등 각종 비용으로 구성된다. 결국 카드사는 마진율(목표이익률)을 줄여야 법정 최고 금리 내에서 대출을 해줄 수 있는데, 마진이 ‘0’이 되는 구간부터는 대출을 해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카드론의 원가 중 하나인 조달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은 더 늘어난다. 카드사는 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여기에 마진을 붙여 대출을 내준다. 카드사가 채권을 발행할 때 부담하는 금리를 보통 조달 금리라 부른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 시 조달 금리는 2배 이상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실제로는 2%포인트의 대출 여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대부업 신용대출 사라질 것”
카드론뿐만 아니라 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고 금리를 15%로 인하하면 2금융권 전체에서 신용대출이 나가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0%인 법정 최고 금리를 2%포인트 인하하면, 카드·캐피탈·저축은행 신용 대출을 받는 금융 소비자 약 65만9000명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는 2021년 기준 33조2000억원 수준이다. 법정 최고 금리가 4%포인트 인하되면 108만4000명(55조3000억원)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됐다.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는 결국 3금융권인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최고 금리 인하 시 대출 수요를 소화하기는커녕 업권이 고사될 위기를 맞는다고 진단한다. 이미 대출 원가가 15%를 넘어간 상황이라 최고 금리로 이자를 받아도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여러 차례에 걸친 최고 금리 인하로 이미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최고 금리가 39%였던 2012년 대부 이용자 수는 250만명이었는데, 최고 금리가 20%로 내려간 2022년에는 98만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7년 대출금 규모 1위였던 산와대부는 2019년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아프로파이낸셜·조이크레디트·미즈사랑·웰컴크레디라인도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대부업에서 철수했다.

서울시내에서 3금융권이 밀집한 빌딩. /뉴스1

대부업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 금융 소비자가 기댈 마지막 희망은 정부가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정부 대출 정도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금리를 24%로 인하했던 2018년 이후 금리 24%를 초과해 대출을 이용하던 금융 소비자의 일부인 9만9000명은 정책 서민 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26만1000명은 금융 이용이 축소됐고, 5만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 대출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정부는 올해 정책 서민금융 공급액을 역대 최대인 11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고금리 인하가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2금융권에서는 오랜 기간 최고 금리를 시장 금리와 연동해 상황에 따라 인상·인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 금리를 올리는 게 정상인데, 낮추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실제 금리 수준에 맞춰 최고 금리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한 번 정했다고 그대로 가야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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