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정당학회·STI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도가 행정부나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유권자의 믿음을 훼손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에서 기관 및 집단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10점 척도(0~10점)로 물어보니, 법원은 3.8점을 기록해 검찰(3.2점)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를 기록했다. 국회는 법원과 같은 3.8점, 행정부는 4.2점, 중앙선관위는 4.7점을 기록했다. 헌재는 5.2점으로 6개 기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법원의 낮은 신뢰도는 지난해까지 진행된 다른 기관 조사와 차이가 확연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16~18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에서 법원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8%로 헌재(67%)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국회는 41%, 정부 31%, 검찰은 28%였다. 2023년과 2022년 전국지표조사에서도 법원은 늘 국회와 검찰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법원의 신뢰도는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의 응답자층에서 특히 낮았다. 민주당 지지층의 법원 신뢰도 점수는 3.2점으로 검찰(1.9점)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였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와 조국혁신당 지지층의 법원 신뢰도 역시 각각 3.2점과 3.1점으로 민주당 지지층과 비슷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헌재와 중앙선관위 신뢰도는 6.2점, 6.4점을 기록해 눈에 띄게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행정부 신뢰도가 5.2점으로 가장 높았고 검찰(5.0점)과 법원(4.5점)이 뒤를 이었다. 중앙선관위는 2.6점, 국회는 2.2점을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 응답자는 헌재와 선관위를,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 성향 응답층은 정부와 검찰, 법원을 더 신뢰하는 셈이다. 진보·보수층을 가리지 않고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집단은 ‘나와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이상원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는 “(법원 신뢰도 하락은) 최근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판결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기관에 대한 신뢰가 고유한 역할보다는 최근의 정치 현안과 정당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된 인식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
조사의뢰: 한겨레·한국정당학회, 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조사일시: 5월8∼11일, 조사대상: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2775명, 조사방법: 인터넷 조사(97.8%)와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무선 1.5%, 유선 0.7%) 병행, 피조사자 선정 방법: 조사기관 구축 패널(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 활용 모집 4864명), 응답률: 59.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