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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전체 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보건소에 배치된 안내 책자. 정효진 기자


정부가 총 사업비 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하 ‘마음투자 사업’)에 대해 재정당국이 2650억~4700억원의 예산이 과다 책정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모두 건너뛰고 ‘초고속’으로 시행됐는데, 시행 대상을 과도하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세금이 정부의 졸속 추진으로 잘못 배정된 셈이다. 사업 추진 경위를 조사하고 사업 내용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상자 44만->160만으로 부풀려져, 선정 기준 의문”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마음투자 사업은 최소 2651억원에서 최대 4661억원 과다 추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3년 9월 기재부로부터 적정성 검토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결과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마음투자 사업은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7월부터 2027년까지 총 3년6개월간 시행될 예정이다. 우울·불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광범위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서류를 발급받으면 총 8회에 걸쳐 바우처 형태로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해준다.

야당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마음투자 지원사업 졸속 시행 배경으로 김건희 여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는 등 자살 예방 대책에 관심을 보여왔다. 김 여사는 2023년 8월 자살 관련 단체와 자살 구조 업무를 하는 경찰관들과 만나는 등의 행보를 보였는데, 그해 12월에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정 중요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조세연은 정부가 사업의 잠재적 수혜자를 과다하게 추계하면서 예산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우울증 전 단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 2024년 기준 160만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봤으나, 보고서는 실제로는 44만명에 그친다고 계산했다.

심리상담 인력이 부족해 복지부 예상대로 상담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격이 있으나 쉬고 있는) 유휴인력이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유휴인력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일을 쉬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상담 서비스 단가인 8만원에도 충분히 일할 유인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마음투자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저조하다.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예산 집행률은 그해 보건복지부 집행 예산인 472억4900만원 중 31.0%(146억5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연간 예산(433억5500만원)의 15.1%(65억4200만원)만이 집행됐다.

전례 찾기 힘든 ‘초고속’ 시행, “법 위반 소지 있다”

마음투자 사업은 여타 국가 사업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초고속’으로 시행됐다. 2023년 8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신건강 관련 인프라 도입과 예산 반영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같은 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정신질환 관련 지원사업 안건이 의결됐다. 바로 이틀 후인 23일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결정이 났다. 높은 자살률·우울감 비율 등을 고려하면 정신질환에 대한 예방 및 조기 발견의 시급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범사업도 생략됐다.

기재부는 2023년 9월 마음투자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했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도 국가재정법·예타 운용지침상 사업 적정성 검토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면 의뢰 9개월만인 지난해 6월 보고서가 나왔어야 하나, 올해 1월에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사업은 이미 시작했다.

적정성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업이 시작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기획재정부 훈령인 ‘예비타당성 운용지침’ 제23조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은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도 곳곳에 이 같은 절차적 문제를 마치 기록하듯 남겼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미리 실시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은 사업 시행 전전년도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사업이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서 보고서 작성에 여러 한계가 있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재검토 및 그에 따른 보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사업이 시작된 것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느냐는 질문에 “예타는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인데, 예타가 면제된 것이면 사업을 시행해도 된다는 뜻이다”라며 “시행기간이 남아있으니 보고서 결과를 반영해서 사업 내용을 수정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높은 자살률 등 국민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봐달라”며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신건강 학회 만류에도 사업 강행, 향후 수정 불가피

마음투자 사업은 초기부터 현재 안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자살 고위험군이나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투입되는 예산도 매년 부족하다는 평이 나오는데, 우선순위 면에서 후순위에 있는 우울증 전단계 환자들의 상담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업 시작을 앞두고 한국정신분석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100만명 심리 상담 정책은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정책은 실제적인 장기 효과가 아니라 당장의 여론을 위한 홍보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00만명 심리 상담 계획에는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의 역할, 정신과 진료 효과를 개선할 고민과 노력이 포함돼있지 않다”며 “이 정책을 실행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사업 시작 전 자문을 했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문가들은 사업 방향을 수정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이상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경희대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위기관리나 개입, 자살 예방 부분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문제에 우선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상담에서 발견된 고위험군을 어떻게 치료할지 연계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이런 부분은 시범사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약 8000억원 규모의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졸속 추진하면서 예산을 객관적 근거 없이 과다 편성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 해당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하며,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적정한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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