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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고도 당신들이 대법관이냐’는 비판은 처음
과거 사법파동 때는 대법원장들 스스로 물러나
이번엔 대법원장이 직접 정치 한복판 뛰어든 것

대법관 시켜줬으니 보은하는 충성시스템 해체해야
판결문 공개·시민법관제는 민주적 통제 첫걸음
대법관 숫자 크게 늘리고 헌법소원 통해 4심제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부를 선출하지 않는 이유는 선거를 통해 다수파가 집권하는 행정·입법부와 달리 소수파의 권리와 기본권을 지키라는 취지인데, 지금 사법부가 본분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애당초 그들은 쿠데타 세력이었다. 5·16과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세력이었고, 5·18 광주를 짓밟은 세력이었다. 보수를 참칭한 지 35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쿠데타 본색을 드러냈을 뿐이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이 출범하면서 스스로 보수대연합이라고 명명한 때로부터 쿠데타 세력의 보수 참칭 역사가 시작됐다”며 “이번 기회에 이게 싹 다 드러나서 개인적으로는 참 통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 세력의 본질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날 선 언어로 그들을 비판해 왔다. 과격하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고, 의원직 박탈이라는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12·3 내란 사태로 열린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는 최근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한겨레출판)라는 책을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동생(최강혁)과 함께 펴냈다. “새로운 정부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일궈 나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지난 8일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최 전 의원을 만나 보수와 진보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사법개혁 방안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책을 내셨더라고요. 책 제목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인데요. 책에서 설명하듯이 우리나라 보수는 사실상 보수가 아니라 극우에 가깝지 않습니까? 진보도 스스로 진보라고 부르기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고요.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 하듯이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1990년 민주정의당 중심으로 3당 합당을 하면서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치적으로는 평화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을 고립시켰잖아요. 독재를 지향하는 세력과 나름 민주화 투쟁을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쪽이 합쳐지면서 정체성이 혼미해지니까 보수대연합으로 명명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 본인은 정통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밀려나서 진보로 규정됐어요. 거기다가 빨간색을 칠하면서 레드콤플렉스로 활용했죠. 완전히 왜곡된 거죠. 보수나 진보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발전된 개념입니다. 근데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이 민주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내란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선거에 개입했다가 엄청난 저항에 깜짝 놀라 일단 후퇴한 거 아닌가요?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그렇다는 것인데, 이번엔 대법원장이 국민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먼저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닌가요? 주권자(국민)는 사법부를 어떻게 견제·감시해야 하나요?

“제가 대중 강연을 할 때 시민들이 사법부는 왜 선출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세요. 행정부와 입법부가 삼권분립 체제에서 투표로 선출되는데 다수파가 장악한단 말이죠. 그러면 선거에서 패배한 소수파의 권리와 기본권은 누가 지켜주느냐 하는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사법부는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가지면서 임명직으로 구성하게 해 놓은 거죠. 사법부는 탄생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역할, 그래서 약자나 소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기대는 언덕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사법부가 온갖 걱정거리와 혼란을 만들어내는 꼴이고, 사법부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예 없어요. 지금 사법부는 검찰의 공을 이어받아서 유죄라는 상표를 붙여주는 공장의 역할로 타락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법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검찰이 저 모양으로 망가진 데는 사법부 책임이 굉장히 큽니다. 검찰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잣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유죄 추정의 원칙으로 일관하면서 검찰을 괴물로 진화시킨 책임이 큰데 아닌 척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일단 대법관 숫자를 늘려야 하고요. 지금 본인들 입으로도 기록을 다 본 건지 안 본 건지 계속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꼬이잖아요. 적어도 기록은 다 보고 재판을 해라, 그러려면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독일 대법관이 300명이 넘어요. 민형사·노동·사회·행정·재정 이렇게 다섯가지 대법원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법관 늘리는 것만으로는 어렵지 않나요?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비슷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좀 더 정교하고 쉽게 바꿀 수 없는 민주적 구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물론 늘리는 것만 하면 안 되죠.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통해 재판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기능을 부여해 줘야 합니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명실상부한 최고 법원입니다. 4심제죠. 헌법재판소법을 고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대법원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사실심에서는 반드시 시민 법관이 참여해야 합니다. 단순한 배심원의 차원이 아니라 시민 법관이 법관과 동일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독일의 모델이 지금 그렇게 돼 있거든요. 그리고 판결의 내용이 전부 다 공개되죠. 우리는 지금 판결문 찾아보려면 절차가 엄청 복잡하고 특정한 사람들한테만 한정돼 있어요. 판결문이 공개되면 그들만의 영역 안에서 이때는 이렇게 말하고 저 때는 저렇게 말하고 하는 일들이 없어지겠죠. 뭐든지 특권을 유지하려면 비밀을 많이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 비밀을 없애주면 되는 겁니다.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의 첫걸음입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선임제도를 좀 더 민주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있죠. 근데 헌법을 바꿔야 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대법관을 임명하는 건 헌법 개정 사항이거든요.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하고 어차피 개헌 논의를 해야 하니까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없애야죠. 대법원장 제청권을 뒀던 이유가 원래는 외부의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라는 거예요. 군부 독재 시절의 기억 때문에 그렇습니다. 근데 지금은 대법원장의 은덕을 받아서 대법관이 됐으니까 제가 거기에 보은하겠습니다, 이런 모습이 이번에 보충 의견을 쓴 5명의 대법관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어요. 그런 충성과 보은 시스템을 해체해야 합니다.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데, 지금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영향을 주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헌법재판소장이 8 대 1로 의견이 갈릴 때 1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항상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이 됩니다. 그걸 대법원장의 무오류, 절대적 권위 이런 거로 지금 사법부가 떠받들고 있거든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와 대법관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법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으로 바꿔야죠. 지금은 무슨 법조계 전체의 황제인 것처럼 돼 있어요.”

―그래서 대법원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장 비민주적이죠.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 중에 서열이 딱 정해져 있어서 너희들 한 줄로 서, 그러면 딱 한 줄로 서는 조직이 군대하고 법원밖에 없어요. 사법부가 그렇다는 걸 많은 분이 놓치고 계시고 잘 믿고 싶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헌법재판소도 여야와 대통령이 각각 추천하니까 정치화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결정이 늦어지면서 그런 문제들이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헌재도 바꿔야 합니다. 헌법재판관을 지금 법조인들만 할 수 있게 돼 있단 말이에요. 이것도 헌법 개정 사항인데 철폐해야 합니다. 헌법재판관도 시민들이 추천하고 시민들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여하는 건 끊어야 하고요. 앞으로 법이 개정되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하위 기관이 되는데, 대법원장이 헌재에 자기 사람을 추천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조희대 원장은 국민 신뢰만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어 사퇴 주장이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대법원장들 같으면 물러났죠. 김덕주·김용철 대법원장이 다들 물러났죠. 그동안 사법 파동이 여러 번 있었지만, 판사들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에게 당신들이 그러고도 대법관이냐는 말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근데 그동안은 권력의 침탈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내지 못해서 대법원장이 물러나는 경우였다면,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나서서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사법부의 밑바닥을 흔들어 버린 사건이죠. 제가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간 판사인 후배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얘기하다가 북받쳐서 막 울어요.”

―이제 검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검찰과 오랫동안 싸워 왔는데 이번엔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선 검찰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해체 후 재편성’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거 아닙니까? ‘윤석열이 망가뜨려 놓은 검찰이라는 집을, 심우정이 관에 넣고 뚜껑에다 못을 박아버렸다’, 검사들이 이렇게 말해요. 제가 직접 들은 얘기예요. 본인들 자신도 알고 있고요. 그러니까 지금 탈출 러시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젊은 검사들이 사표를 많이 내고 있고요. 유일한 희망 한동훈이 혹시라도 대통령이 되면 살 수 있을까 그쪽에 베팅했었죠. 그 바람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눈물을 머금고 대선 불출마하는 상황이 됐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무산됐잖아요. 이제 해체는 갈 수밖에 없는 길이고 단지 얼마나 연착륙시키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것 같습니다.”

―기소대배심 도입도 필요한 건 아닐까요? 검찰이 공정성을 기한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국민은 위원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검찰이 자기들 원하는 사람 데려다 놓고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 나오게 하면서 그게 마치 시민들이 참여한 것처럼 눈속임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죠. 자기들이 요약한 자료 보여주고.”

―전관예우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서 적어도 대법관 이상, 공소청장, 수사청장, 공수처장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법관들에게 당신 대법관 하고 싶냐 헌법재판관 하고 싶냐 그러면 100이면 100이 다 대법관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개업 시장에서 돈의 단위가 달라지거든요. 도장 값이 얼만데 이게 있단 말입니다. 그것만 무너뜨려 놔도 자기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결과물로 평가받는 그런 유인은 좀 되지 않을까요.”

―책의 결론 부분에서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언급하시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양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서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쓰셨는데요. 우리나라에 이런 날이 올까요?

“오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영희 선생님 말씀을 우리가 오독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보수와 진보가 있어야 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균형 잡힌 날개가 돼야 제대로 날 수 있다는 의미가 더 크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런 싹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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