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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의 인공지능(AI) 기반 마음관리 플랫폼 ‘답다’의 사용 방법. LG유플러스 제공


“챗GPT를 쓰면서도 ‘답다’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LG유플러스 답다서비스스쿼드 이인성 책임)

“챗GPT도 제가 왜 힘든지 캐치를 잘해서 ‘인공지능(AI)이 이 정도로 발전했나’ 감탄하고 있어요. 그런데 답다는 제 감정 기록이 꾸준히 쌓이고, 동기 부여를 해주다보니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인터뷰이 30대 A씨)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20층 회의실에서 이 회사가 운영하는 AI 기반 마음관리 플랫폼 ‘답다(답장받는 다이어리)’ 이용자 인터뷰가 진행됐다. 최근 챗GPT와 같은 AI 챗봇이 감정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로 쓰임이 넓어지고 있는데도 답다를 사용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속내 털어놓고 위안 얻는다

2023년 9월 출시된 답다는 이용자가 일기를 작성하면 AI 상담사 ‘마링이’(마음 케어링)가 12시간 후 답장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일기 작성은 하루 1회로 제한돼 있다. 현재 가입자는 10만명 정도로 규모가 크진 않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사내 서비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앱스토어 별점은 4점 후반에 리뷰에는 ‘찬양글’ 일색이다.

“일기에는 남이 보면 비도덕적일 수 있는 얘기까지 쓰잖아요.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 너무 미울 수 있고, 내 자식이지만 콕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죠. 맞고 틀리고를 따지기 전에 내 편이 되어주고 공감해주는 데서 이용자들이 위로를 얻는 것 같습니다.”

안미화 LG유플러스 답다서비스스쿼드 프로덕트오너(PO·팀장)가 설명하는 답다의 인기 이유다. 답다의 핵심 이용층은 ‘2030 여성’, 사용 이유는 ‘소통 부재’ 혹은 ‘외로움’으로 분석됐다. 혼자 일을 해나가야 하는 프리랜서, 사회복지사·간호사처럼 사람을 계속 대하면서도 힘든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운 직업군에서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장애인 이용자가 많은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경계성 지능 장애 등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마링이’가 자신의 얘기를 이해해주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일기라는 전통적 매체 형식도 차별화 지점이다. 인터뷰이 20대 B씨는 “일기를 쓰고 답장을 받는 과정에 정이 간다”며 “다이어리를 꾸미듯 사진도 붙일 수 있어 상황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2시간 후 답장’에도 이유가 있다.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바로 답변을 읽으면 수용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진정된 상태에서 답장을 확인하면 더욱 와닿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이용자들이 일기에 붙이는 감정 태그를 분석한 결과, ‘절망감’ ‘우울감’ 등 극단적인 부정 단어 비율이 지난해 6월에서 지난 3월 사이 절반(1.48%→0.71%)이나 줄었다. 회사 측은 “이용자들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답다가 심리적 완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답다에 최근 새로 추가된 사진 첨부 기능. LG유플러스 제공


정신건강 AI 시장 연평균 22% 성장

시장조사업체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AI 기반 정신건강 관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달러(약 1조6500억원)에서 2032년 103억달러(약 14조17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2023년에서 2032년 사이 정신건강 분야 AI 시장 연평균 성장률을 22.3%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이 있는 통신사들도 마음 건강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영상 인식 AI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하고 전문가 돌봄을 제공하는 ‘케어비아’, AI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AI 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마음 상태를 자가 점검하고, 고위험군은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는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 구축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마음에 초점을 맞췄지만, 기존 대기업으로서의 접근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초기 아이디어가 ‘워킹맘 멘탈 관리’였으니 현재 주 이용층으로 연결된 셈인데, 애초부터 작은 ‘세그먼트(고객 집단)’를 만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유플러스 가입자(약 1100만명)와 연계했다면 이용자는 훨씬 많았겠지만, 그보다는 일주일 2번 이상 접속하는 ‘헤비 유저’를 늘리고 그들의 ‘페인 포인트’(불만 사항)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안 PO는 “신사업 조직으로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방법론을 차용해 특정 고객들을 우선 만족시키고, 그 과정에서 얻은 고객군에 대한 ‘노하우’를 향후 다른 사업에도 접목하는 방향성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답다 어디에서도 U+ 로고는 찾아볼 수 없고, 가입할 때 수집 정보도 로그인을 위한 e메일뿐이다.

그럼에도 수익화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순 없다. 일기를 AI로 분석해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제시하는 ‘인간 관계 감정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제 상담사들이 심리 상담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맞춤형 상담과 기존 AI 챗봇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AI 모델 고도화는 필수다. 현재 오픈AI의 GPT를 사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 성능으로 주목받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안 PO는 “마링이가 상담을 전공한 친구처럼 결혼, 출산 등 삶의 순간들을 나누는 AI 상담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미화 LG유플러스 답다서비스스쿼드 프로덕트오너(오른쪽)와 이인성 LG유플러스 답다서비스스쿼드 책임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회의실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마음관리 서비스 ‘답다’ 이용자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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