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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의 위닝 전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일시적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보험산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회복은 금리 상승 및 보험료 인상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요한 사실은 기존 보험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점차 매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는 지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자연재해, 사이버 리스크 등 신규 리스크들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의 총액 vs 보험으로 보장 가능한 금액 간 차이를 의미하는 소위 ‘보장 격차’(protection gap)는 더 이상 보험업계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베인은 2030년까지 자연재해 피해의 25~33%만이 보험으로 보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보험사들은 ‘어떻게 위험을 보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보험사의 존재 이유와 의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인에서는 향후 보험사들이 △보험 사막 △기후변화 등의 신종 리스크 △고객접점 변화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활용 △은퇴 러시와 인력 공백 등으로 대표되는 5대 메가 트렌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1. 보험료 급등과 고객 이탈…‘보장 사각지대’ 확대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주택보험료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많은 주택 소유자가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주(州)에서는 규제 당국이 홍수, 바람, 산불 등 증가하는 위험에 맞춰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보험사들은 자연재해 관련 손실이 큰 지역에서의 사업 지속 여부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 사막’(insurance deserts)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에서는 모기지 대출 기관조차 철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생명보험 시장에서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및 자산관리 행태 변화가 수요를 재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객들은 더 높은 투자 성과 혹은 보장된 소득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 문제는 전통적 생명보험상품이 매력을 상실하고 자산관리(WM) 산업으로 고객을 뺏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생명보험협회(LIMRA)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MZ세대 고객의 약 50%는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생명보험 상품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부문별 보험 보장 격차 전망. 그래픽=송영 기자


2. 기후·사이버·모빌리티 리스크…리스크의 본질이 바뀐다


기후 관련 재해, 사이버 공격,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보험사가 취급하는 리스크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향후 상업용 기후 솔루션 시장은 2030년까지 약 600억 유로 규모로 현재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공격, 자율주행 기술 등 신종 기술 발전에 따른 리스크도 보험사가 극복해야 할 메가 트렌드다. 특히 생성형 AI의 급속 확산은 이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자동차, 보조 주행, 자율주행 기술의 부상에 따라 리스크 vs 책임 간 역학관계가 재정의될 것이다.

인간 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줄어 클레임 빈도가 감소할 수 있겠으나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운전자에서 차량 제조업체 등 타 주체로 이동할 수 있어 전통적 언더라이팅 및 보상 기능의 재설계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개별 보험사의 대응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가 늘고 있어 공공-민간 협력 모델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3. 설계사→디지털로 고객접점 이동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방식 또한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성인 고객의 59%, Z세대 고객의 약 85%가 금융 정보 취득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반면 생명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여전히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들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마케팅 전략과 고객 타기팅 방식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자동차·여행보험 등 일부 소형 보험상품 영역에서는 ‘임베디드 보험(embedded insurance)’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임베디드 보험 모델은 별도 보험 구매 과정 없이 유관 상품·서비스 구매 과정에 자연스럽게 연계, 통합된 보험상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여행 상품을 구매할 때 별도 절차 없이 여행보험에 가입하거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손상 보호 보험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선도 보험사 알리안츠는 이미 전 세계 40여 개 완성차 제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임베디드 보험을 제공 중이다.
4. 데이터 폭증과 AI 확산…보험업의 ‘두뇌’가 바뀐다

비정형 데이터의 급속한 증가와 AI의 부상은 보험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핵심요인 중 하나다. 전화 상담 내역, 상품 리뷰, 대시캠 영상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AI 기반 분석 업무량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는 보험사 핵심업무 영역 전반에 걸친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의 결정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선도 보험사들이 이미 언더라이팅 및 보상 영역에 AI를 적극 도입해 업무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나아가 생성형 AI의 효과적 도입 및 활용을 통해 설계사 등 주요 고객접점(채널)의 고객 상담·응대 역량을 고도화해 보다 광범위한 고객 대상 향상된 서비스 및 고객경험 제공을 위한 초기 과제들을 진행하고 있다.

AI 도입을 통한 최대 잠재력 실현은 궁극적으로 전사 차원 성공적 확대 여부에 달려 있으며 이는 대다수 보험회사 최고경영진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다.

5. 은퇴 러시와 인력 공백


대다수 보험사 직원들의 고령화 경향 심화에 따라 언더라이팅 등 일부 주요 기능들을 담당하는 다수 숙련된 전문가들의 수년 내 은퇴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분야에서는 인력 공백에 따른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사기성 클레임 감지, 가격이 잘못 책정된 리스크의 식별 등 영역별로 수십 년간의 재직 경험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인력을 당장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수년 내 도래할 대규모 은퇴 물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핵심 역량 보전 및 재구축 상세 방안을 신속히 수립, 실행해야 한다.

AI는 이러한 과제를 비용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여러 보험사가 선보이고 있는 AI 코파일럿(co-pilot) 모델의 초기 성공사례는 임직원 대상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교육의 성공 잠재력을 시사한다.

아울러 AI 시대에 부합하는 신규 직무체계 설계를 통해 더 이상 존속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 vs 추후 확대가 필요한 업무를 전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사진=베인앤드컴퍼니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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