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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되레 음주운전자로 몰려 억울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무죄 판결을 확정받는 데만 3년 넘게 걸렸는데, 경찰이 증거로 제시했던 CCTV 영상은 '판독 불가' 수준으로 허술했습니다.

직접 보시죠.

제보K, 문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는 50대 고 모 씨.

2021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밖으로 나왔다가 골목을 지나던 차에 부딪혔습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고 씨를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사고 직전 오토바이를 손으로 끌어 옮겨 두었는데, 경찰이 운전을 했다고 의심한 겁니다.

[고OO/음성변조 : "(경찰이) '음주 운전하셨네요' 그러길래 아니 무슨 음주 운전을 하냐? 그랬더니 CCTV에 나왔다는 거예요."]

경찰이 제시한 인근 방범용 CCTV 영상입니다.

흰색 헬멧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고 씨 집 근처까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경찰은 이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이곳을 지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고 씨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음주 운전을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로 봤던 CCTV 영상이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판독 불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해상도와 촬영 각도가 번호판과 차량의 특징점을 판독하기에 부족했고, 선명도를 개선해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영상 모두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하면서 고 씨는 3년 반 만에 혐의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면허 취소 처분으로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빚까지 떠안은 뒤였습니다.

[고OO/음성변조 : "면허증이 없다 보니까 수리하고 나서 운행을 못 해요. 그러면 '그냥 가시라'고 해야 돼요. (매출) 3분의 2가 줄었죠. 분노가 치솟더라고요."]

고 씨는 국가배상 청구를 고려하고 있지만, 또다시 법적 절차를 밟기엔 부담스러운 게 현실입니다.

경찰은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며 "무죄 확정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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