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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제한 하지말라” 권고에도
하동군 “관광객 민원 제기” 불수용
대전·광주·안동, 비슷한 규정 철회

경남 하동에서 16년간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만 70세가 됐으므로 퇴직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동군은 지난해 1월부터 “고령 관광해설사들이 걸음이 느리다는 등의 민원이 들어온다”며 해설사 활동 나이를 만 70세 미만으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다른 해설사와 함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이로만 활동을 제한한 점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A씨 등의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달 하동군에 ‘문화관광해설사의 나이를 제한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하동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동군 관계자는 13일 “산악형 관광지가 많고, 다른 해설사들도 활동 나이 제한에 동의해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리산 청학동 같은 산악 지역에서 고령 해설사들이 관광객보다 걸음걸이가 뒤처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해설사 협회 회원들의 투표로 해설사 나이를 70세로 정하게 됐다는 게 하동군의 설명이다.

문화관광해설사는 각 지자체의 문화유산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전문 해설가들을 말한다. 문화유산 관광이 스토리텔링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지역 전문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별도 나이 제한이 없어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인기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노인 일자리를 둘러싸고 노년층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 양상은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앞서 인권위는 2010~2015년 대전, 광주, 충북, 안동에서도 해설사의 활동 나이를 제한한 것에 대해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권고를 요청해 나이 제한을 없앴다. 하지만 하동군은 해설사 채용과 관련해 자연환경적 특성이나 지역별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70세 이상 해설가들이 활동을 지속하면 젊은 해설사 충원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70세 이상 해설가도 희망할 경우 ‘명예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고령화는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세대교체를 이유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개인별 체력을 판단할 건강진단서나 체력검진 등의 방식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조례나 상위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의 운영 지침 등에도 나이 제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고, 고령 해설사의 풍부한 경험과 지역 이해도는 더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규선 인권위 차별시정위원장은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규정을 철회한 만큼 하동군도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며 “업무수행 능력 기준을 나이로 두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 의지를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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