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호'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022년 4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후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55·사법연수원 25기)의 뇌물수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그 판단에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일하던 2015년 옛 검찰 동료인 박모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수사 편의를 봐 주고, 세 차례에 걸쳐 1093만5000원 상당의 뇌물·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박 변호사 역시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에서는 두 사람 간에 오간 금전이 검사 직무와 관련한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뇌물이라고 지목한 1000만원은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빌린 차용금이라고 봤다. 두 사람이 오랜 기관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 건 외에도 여러 번 금전 관계가 있었던 점, 한 호텔에서 현금으로 1000만원을 변제했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두 차례의 식사 및 음주 비용 93만5000원에 대해서도 “직무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향응을 수수할 당시에는 예금보험공사에 파견을 나가 있어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 판단 역시 같았다. 재판부는 “검사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향응이 뇌물이라는 점 및 피고인들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선물의 범위를 벗어난 직무와 관련된 금품이라고 인식하고 주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000만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이 사건 외에도 여러 금전 거래에서 별도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변제기 약정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정만으로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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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기소’ 무죄…‘3호 기소’ 손준성은 지난달 무죄
지난 3월 9일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의 모습. 연합뉴스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유죄를 확정받은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 수사에서 처음 드러났으나 당시에는 무혐의 처리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스폰서 김씨로부터 5년간 5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스폰서 김씨의 고발로 이 사건 수사가 재개됐고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 사건은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으로, 법정에도 공수처 검사들이 직접 출석해 공소 유지를 맡았다. 2호 기소 사건인 부산지검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형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세 번째 기소 사건은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