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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만 운영·부적절 관행 …'공신력 위기' 자초한 선관위

6월 3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곳보다 바쁘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선거관리위원회입니다. 선관위 업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올바른 선거 문화 조성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느 기관보다도 공정함과 투명성, 청렴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최근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전현직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실태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 등 외부 조사로 드러났고, 충북선관위에선 선거 경비 230억 원을 결재 없이 임의로 집행하거나 관련 서류를 변조한 사실이 KBS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 선관위, 내부 감사 결과 '비공개' 방침 고수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8개 시·도 지역 선관위를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그 가운데 충북선관위 감사 결과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취재 결과, 충북선관위는 지방선거나 위탁 선거에 쓰는 경비 230억 원가량을 정당한 보고나 결재 절차 없이 660회에 걸쳐 임의 집행했다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거 경비 지급 결의서를 변조하거나, 허위 작성한 사례도 480여 차례에 달했습니다.
선거 후보자의 자금 지출을 엄격하게 감시하는 선관위가 정작 내부 회계는 허술하게 운영한 겁니다.

취재 요청에도 감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던 선관위는, KBS 보도를 앞두고서야 "임의로 집행한 선거 경비를 횡령·유용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해 왔습니다.

KBS의 정보 공개 청구에 ‘비공개’ 처리한 선거관리위원회.

취재진은 이런 부실한 회계 관리가 충북선관위만의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와 충북선관위에 다른 지역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나머지 7개 시·도 선관위 감사 결과와 충북선관위가 실시한 4개 시·군 선관위에 대한 내부 감사 결과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취재진은 '개인 정보가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한 지난해 내부 감사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모두 거부했습니다. 내부 감사 결과가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선관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공공기관, 자치단체 등은 안팎의 감사 결과를 온라인 누리집 등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 사무처 감사 결과나 법원의 법관 징계 사항 등 입법·사법·행정부의 감사 관련 자료가 제한적으로나마 국민에게 공개됩니다. 유독 선관위만 감사 결과가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내부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고 있는 선관위와 달리, 대통령실 등 정부 부처와 국회 사무처, 법원 등은 주요 감사 결과나 직원 징계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KBS 자료화면, 그래픽: 김선영)

■ '독립적 헌법기관' 선관위, 견제·감시 사각지대

선관위는 내부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의 견제·감시에서도 벗어났습니다. 2023년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권익위가 조사한 데 이어 감사원이 직무 감찰에 들어가자, 선관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거센 여론의 비판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지만,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선관위의 업무를 침해했는지 따져달라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지난 2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감사원)의 직무 감찰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물론 이들 헌법기관과 병립하여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선거관리위원회도 헌법 97조가 정한 피청구인의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직무 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어떤 외부 기관도 쉽게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견제 사각지대'로 법적인 명분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부패 행위, 성역 인정은 아냐"… 제도 개선 요구 잇따라

하지만 최근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비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내부 자정 작용에만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직무 감찰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자체 감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진 뒤,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일부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외부 감사관 임용과 다수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기구를 사무처에서 분리하며, 인사 전담 감사부서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감사의 독립성과 외부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내부 감사와 징계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선관위의 내부 통제와 자정 노력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이유입니다.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성수 교수는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라는 것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선출직으로 구성된 정부만이 아닌, 국회나 시민단체, 학계 등 여러 곳에서 추천하거나 관련된 사람들로 외부 감사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은 논란과 각종 의혹에도 "여전히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는 선관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선관위의 철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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