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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을 둔 최모씨는 아이 전용 적금을 새로 들려다가 마음을 접었다. 시중은행에서 최고 연 8%까지 금리를 얹어준다고 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이득 될 게 없었다. 그는 “아이가 4명 이상이고, 기초수급자나 장애인이고, 아동수당도 몇 번 넘게 이 은행 계좌로 받아야 가능한 금리였다”며 “외동이라 실제 적용 금리는 연 3%대고, 그나마도 월 납입 한도가 30만원까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계산해보니 한도를 꽉 채워 넣어도 연간 이자가 5만8000원(세후)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우대금리 다 받아도 하루 이자 100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우리 내리사랑 적금’, BNK부산은행의 ‘아이사랑 적금’ 등 은행권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특화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계열사 카드 사용이나 매일 소액씩 저축, 프로스포츠와 연계해 최대 연 10%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까지 꾸준히 출시 중이다. 그러나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납입 한도가 극도로 적다 보니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전면에 내세웠을 뿐 ‘속 빈 강정’이란 뜻이다.

예컨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원한다는 NH농협은행의 ‘NH농협 아동수당 적금’의 경우 최고금리가 6.2%(12개월 기준)다. 7세 미만이 가입 대상이고, 농협은행 계좌로 아동수당을 수령하고 자녀가 셋 이상일 경우 최대 3.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금리는 높지만, 월 납입 한도는 1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납입 한도를 꽉 채워서 12개월간 적금을 한다고 했을 때 만기에 수령하는 이자는 4만30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기 전으로, 이자소득세(15.4%)를 빼면 3만4093원이다.

김주원 기자

10개 은행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내놓은 적금 상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월 납입 한도는 평균 33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 iM뱅크 등 월 납입 한도가 10만원에 그쳐 하루 이자로 계산하면 100원도 안 되거나, 한도가 상대적으로 여유 있더라도 금리가 일반 적금 상품과 별 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달성 불가 조건 ‘미끼’ 삼아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최고 금리 연 10%를 내세워 ‘KB 아이사랑적금’을 출시했는데 기본금리는 연 2%다. 3가지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채워야만 연 10%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만 18세 이하 자녀가 4명 이상이고, 국민은행을 통해 아동수당을 6회 이상 수령해야 한다. 거기다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한부모가족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있다.

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급여이체나 카드실적, 은행 앱 이용 등을 고금리 대가로 요구한다. Sh수협은행의 ‘Sh플러스알파적금’은 최고 연 6%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수협에서 내놓은 카드 전월 결제 실적이 100만원 이상일 때 우대금리를 최대로 적용받을 수 있다. 100만원의 실적을 채운다고 해도 월 납입 한도가 2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페이 적금’ 역시 ▶결제계좌를 우리은행 계좌로 유지(연 0.5%포인트) ▶급여 이체 10개월 이상(연 0.5%포인트) ▶3개월 이내 우리페이 결제액 30만원 이상(연 2%포인트) ▶적금 만기까지 우리페이 결제액 200만원 이상(연 2%포인트)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연 7%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 같은 상품은 예·적금 금리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고객의 눈길을 끌기 쉽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적은 비용을 들여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금융 소비자를 붙잡는 이른바 ‘록인 효과(lock-in effect)’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케팅을 위한 미끼 상품 성격이 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납입 금액이 작지만 여러 적금에 가입해 알뜰하게 이자를 챙기려는 재테크족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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