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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젊은 직장인들의 전화 응대 공포증
메신저활용 늘면서 유선전화·이용감소
SNS세대 “사내전화 두려워 퇴사" 증가
전화 응대 교육·대행 업체까지 등장해
20대 75% “전화 답변하는 것 불편해”
말실수로 SNS 논란 사례 등 목격 영향
“되돌릴 수 없는 말 할까봐” 압박감도
[서울경제]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최근 일본 기업에서 전화 응대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다/AI 이미지

“카톡 보냈어요, 확인해주세요.”
요즘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소통할 때 음성통화보다 문자나 메신저, SNS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금 어디야?” “밥은 먹었어?” 같은 간단한 대화는 아예 카톡이나 라인 이모티콘으로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된 세상이죠. 이러다 보니 정작 전화 통화를 할 때 ‘뭐라고 말해야 하나’,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도 생기고, 그래서 더 통화 대신 메신저를 애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 층이 직장 생활 전화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건데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전화 공포증’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화 응대 스트레스로 퇴사를 고민하는 젊은 직원들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일본톡에서는 일본 젊은층의 ‘전화 공포’ 현상을 살펴봅니다.



“유선전화 처음 만져봐요”…SNS세대의 불안




“전화 응대가 싫어서 퇴사하는 젊은 직원이 늘어나 골치예요.”
“사내 전화가 두려워 보고조차 못하는 직원이 있어요.”
일본 도쿄에는 독특한 교육을 담당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전화 응대 교육업체인데요. ‘두파인’이라는 이 회사에는 전화 응대 문제로 속 앓이 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파인은 제조업체, 병원, 서비스업 등 연간 100개 이상의 회사에 유선전화 사용법과 대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교육에 참가한 젊은 직원 중엔 “일반 전화를 처음 만져봤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걸쳐 교육을 하는 회사도 있다니 상황이 확실히 심각해 보이네요.
일본 총무성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유선전화가 있는 가구 비율은 57.9%인 반면, 스마트폰 보유율은 90.6%입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년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선전화는 지난 10년간 20%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가 이렇게 급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에게 전화는 낯설고 불편한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여전히 전화 응대 능력을 요구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최근 일본에서는 “전화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AI이미지

“우리가 전화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제로 일본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사히신문이 도쿄 거리에서 만난 한 공무원 여성(27)은 “업무상으로도 가능하다면 전화 응대는 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식당 예약도 전화로만 가능하다면 포기한다고 하는데요. 이 여성은 “대화 중 말이 나오지 않아 침묵이 생기면 자기혐오에 빠진다”고 말합니다. 대면이라면 몸짓이나 표정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지만, 전화는 이런 대응이 아예 불가능해 ‘대화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전화 공포증’에 관한 책을 낸 상담사 오노 모에코 씨는 10년 전, 한 신입사원과의 상담을 잊지 못합니다. 그는 “전화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고통을 호소했다죠. 놀랍게도 이 직장인과의 상담 후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상담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오노 씨는 SNS를 주요 소통 도구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말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사회에서 일상 대화에서도 ‘이런 말을 해도 될까’라고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요. SNS나 이메일은 시간을 들여 문자로 답장할 수 있지만, 전화는 ‘순발력’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하고, 이상한 말, 되돌릴 수 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다 보니 그 긴장감에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심리가 더 커지는 게 아닐까요.

회사에서 받는 전화가 주는 또 다른 공포는 ‘알 수 없는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지, 용건은 무엇인지, 상대방은 어떤 표정인지… 오노 씨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사전 정보가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합니다.



20대, 75%가 “전화 싫어요”



일본 전화연결 서비스 제공업체 ‘소프츠’의 2023년 전국 20세 이상 562명 대상 전화응대 부담 설문조사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한 전화 연결 서비스를 제공업체 2023년 전국 20세 이상 5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약 60%가 전화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20대가 74.8%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선전화 벨소리를 들으면 불쾌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20대의 40%가 “내 지식으로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와 “문의 내용을 모르니 부담스럽다”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런 심리를 겨냥한 광고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2021년, 전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 ‘우루루’는 “전화는 신입이 받아야 한다”는 관행을 ‘전화 괴롭힘(TEL harassment)’이라고 지적하는 광고를 내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 전화 응대를 외주화하는 기업 중에는 “젊은 직원은 전화를 받는 것이 일이라는 풍조를 바꿔주고 싶다”는 곳들도 많다고 하네요. 인력난 대응을 위해 최근에는 전화 대행 서비스 외에도 자동 음성이나 AI(인공지능)를 도입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죠.

최근 일본에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 퇴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퇴사 희망자를 대신해 퇴직 의사를 회사에 직접 전달하고, 후속 절차까지 해결해주는 곳인데요. 전화 응대 대행 업체, 전화 통화 교육 회사가 등장하고, 퇴사를 대신 해주는 전문 업체가 나온다는 것은 그 정도로 자기 의사를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메신저에 글자를 하나 둘 입력하다가 답답함에 그냥 전화를 거는 쪽인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회사 전화기에 벨이 울리면 누구라도 한숨이 밀려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부담이 긴장을 넘어 공포가 되는 현실엔 생각이 많아집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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