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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도면과 다르게 강도 낮은 배관 장착
연료 탱크 내 해수관이 지나게 설계 강행
함정 8척 연료 배관 깨져 누수 현상 발생
관리감독하는 기품원도 승인해 귀착사유
한화, 부정당업자 제재 꺼내자 수리 약속
한화오션이 건조한 울산급 Batch-II(대구급) 호위함 1번함(FFG-818)인 ‘대구함’. 사진 제공=해군

[서울경제]

지난 2015~2023년까지 총사업비 3조 2000억 원을 들여 건조한 3600t급 최신예 호위함 전체가 설계 결함 등 구조적 결합이 발견돼 순차적 수리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급 호위함은 우리 해군의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전투함 중 하나로 ‘울산급 Batch-Ⅱ(대구급) 호위함’ 건조 사업을 통해 8척을 건조해 해군 전력으로 운영 중이지만, 중대 결함이 발견 탓에 8척 전체가 차례대로 임시방편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1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 소속 해역함대의 노후화된 울산급 호위함(FF)과 포항급 초계함(PCC)을 대체하는 대구급 호위함(FFG-II)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주했다.

2016년 6월 진수된 선도함인 대구함(FFG-818)를 시작으로, 2022년 3월 진수된 8번함 춘천함(FFG-827)까지 한화오션 4척, HD현대중공업 4척 등 총 8척을 건조해 해군이 운용 중인데, 지난해 말 해군은 8척 전체가 설계도와 다른 낮은 강도의 합금으로 제작된 ‘이종품’으로 엔진 연료 배관을 만들어 장착한 까닭에 배관이 깨져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적 결함을 발견했다.

동력 체계의 잦은 문제점이 포착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해군은 자체 점검을 통해 소량의 기름이 새는 엔진 누수 현상을 찾아냈다. 이 같은 현상이 발견하지 못하고 지속된 상태로 운용됐다면 8척 전체가 운항 자체가 불가능해져 해군 전력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해군은 8척 전체에 발생한 동일한 파손 문제에 대해 급한 대로 자체 예산 수 십억 원을 들여 사안이 시급한 함정부터 배관을 교체하는 ‘임시방편적인 수리’라는 선조치를 진행한 후 곧바로 대구급 호위함 사업을 총괄한 방위사업청에 한화오션의 설계 결함 등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해군이 대구급 신형 호위함(FFG-II)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8척 전체가 동일하게 엔진 연료를 통과하는 배관이 깨져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견해 사안이 급한 함정부터 자체 예산으로 배관을 교체하는 수리를 조치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대구급 호위함 건조 사업의 근간인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주한 한화오션에게 책임 여부를 따졌지만 계속해서 구조적 결함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최근 와서 수리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며 설계·건조상 중대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울산급 Batch-II(대구급) 호위함이 함포를 쏘고 있다. 함포 뒤에 한국형수직발사대(KVLS)가 보인다. 사진 제공=해군


신형 호위함 8척 전체가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에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대구급 호위함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은 한화오션이 설계도면과 달리 강도가 낮은 이종품의 배관을 장착하면서 배관이 깨지는 파손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선도함이 만들어지고 해군에 인도돼 취역하기까지 전력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가 실전 배치돼 운용한 지 5년쯤 지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설계도면에 나와 있는 배관이 아닌 다른 배관이 장착된 것은 하청업체가 임의로 바꾼 것으로 엔진 연료 누수 현상이 발생하면서 문제점이 있었다는 뒤늦게 인식하게 됐다”며 하청업체의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책임도 엄연히 한화오션에게 있는 만큼 이번 결함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않다는 게 방사청의 입장이다. 이에 방사청은 한화오션에게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모든 수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지만, 한화오션이 이를 거부하자 방사청이 부정당업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겠다고 공지한 이후 한발 물러서 수리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엔진 연료 누수 원인의 또 다른 이유다. 한화오션과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모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함정 설계에 있어 연료 탱크 안으로는 다른 관들이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게 불문율로 여겨지는데, 한화오션은 공간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해수관을 지나가게 설계했다. 문제는 해수는 염분 성분이 강해 배관에 녹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을 알면서도 강도가 높은 해수관을 장착해 연료 탱크를 통과하도록 설계·건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기품원 역시 이런 설계를 승인했다는 점은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는데 기품원도 일조했다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는 배관 교체를 통해 임시방편으로 누수 문제를 해결했지만, 함정의 사용연한이 길어져 또 다시 누수가 발생할 경우 어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가 없다. 이 때 호위함 8척 전체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해군 전력 운용에 차질로 이어진다면 해안 안보에 구멍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에도 직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기품원은 지난해 해군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지만, 자신들이 설계와 건조 등을 최종 승인한 감독기관으로서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 쉬쉬하며, 한화오션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아닌 수리 비용을 부담하는 선에 면책성 혜택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소극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울산급 Batch-II(대구급) 호위함(FFG-826) 7번함인 ‘천안함’. 사진 제공=해군


구조적 결함 논란과 관련해, 방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대 결함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한화오션이 설계와 다른 이종품 배관을 장착한 것으로 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기품원도 인지했는데 당시에 부정당업자 제재 등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일단 현재는 이종품의 배관 장착이 기술적 문제가 되는지, 다른 배관을 장착하는 설계 변경이 임의대로 진행된 것이 한화오션의 귀책사유 있지, 해군이 운용 상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등 기술 및 법률적 종합 검토를 진행 중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단순 누수 문제가 아닌 배관을 우회하도록 다시 설치하는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최신예 호위함 8척 전체가 설계 결함 상태로 건조돼 해군이 전력화 했다는 초유에 상태에 대한 기술적 확인과 함께 긴급한 수리에 들어갈 경우 해군 전력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지어 대구급 호위함은 태국과 필리핀에 이미 수출까지 했고, 지난해 호주의 10조 원 호위함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대상 함정이었다는 것은 향후 K방산에 어떻게 불똥이 튀지 모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세설계를 그대로 따라 나머지 4척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도 정기 창정비 기간에 자체 비용으로 우선 수리할 예정이다. 향후 방사청의 최종 판단(최종 귀책 사유)에 따라 한화오션에게 수리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이다.

함정 건조 사업은 함정 간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성 때문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에 적용된 자재와 설계 등을 후속함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후속 사업인 ‘울산급 Batch-Ⅲ(충남급) 호위함’ 건조 사업에선 설계 변경을 통해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대구급 신형 호위함 8척이 모두 전력화 된 운용되는 상황이고 당장 운용을 멈추고 크게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 해군 자체 예산을 투입해 선조치했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방사청과 논의해 한화오션에게 법률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초유의 신예 호위함 8척 전체가 중대 결함이 발생한 이유는 상설계와 선도함을 건조한 한화오션에게 귀책사유가 가장 크지만 이를 감독하고 승인한 기품원도 일정 부분 귀책사유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대 결함이 발견된 지 다섯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기술 검토 중이라는 답변은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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