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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를 위해 카모프 헬기(KA-32)가 이륙하고 있다.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는 산림청의 주력 산불 진화 헬기다. 사진 산림항공본부

산림청 산불 진화 주력 헬기인 러시아산 카모프(KA-32) 헬기의 엔진 3대가 정비를 맡긴 러시아에서 경매에 넘어갈 뻔했다가 최근 회수된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담수 용량 3000L인 카모프 헬기는 산림청이 전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의 58%(29대)를 차지하고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림항공본부(이하 항공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본부는 지난 3월 28일 카모프 엔진 3대를 러시아에서 국내로 입고했다. 해당 엔진들은 ‘오버홀’(완전분해수리)을 위해서 러시아로 반출됐다가 지난해 통째로 경매로 팔릴 뻔했다. 엔진 3대의 감정평가액은 총합 39억3000만원이다.



39억3000만원 산불헬기 엔진, 통째로 러에 넘어갈 뻔
정근영 디자이너

항공본부는 2020년 12월 조달청 공개경쟁입찰을 통해서 한국인 강모씨가 대표로 있는 러시아 업체 A사와 112만6200달러(약 15억7611만원) 규모의 카모프 엔진 오버홀 계약을 체결했다. A사가 제작사인 ‘클리모프(KLIMOV)’와의 엔진 수리를 중개한 뒤 국내로 입고하면 항공본부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A사는 2021년 5월 클리모프가 아닌 러시아 수리업체 ‘ATS’에 하청을 맡겼다. A사 측은 “사실상 국영기업의 지배를 받는 클리모프는 대러시아 금융 제재 대상이었기 때문에 클리모프의 협력업체인 ATS와 계약이 불가피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22년 8월 엔진 3대의 수리가 완료됐지만, 문제가 생겼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러시아의 수출 규제 절차가 강화되면서 ‘엔진을 국내로 입고하는 게 불허되고 있다’고 A사가 항공본부에 통보하면서다. A사는 조달청과 항공본부에 입고 지연에 따른 배상금 면제와 계약 연장 협조도 요청했다.

그 사이 2023년 중순 A사는 수리 대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ATS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A사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9월 3심에서 ATS에 최종 패소했다. 러시아 법원은 “ATS의 엔진 점유권이 인정되고, 수리대금을 유치권으로 삼아 공개경매 처분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ATS는 곧바로 엔진 3대에 대한 공개 경매를 진행하려 했다고 한다.

지난 3월 경북 의성군 옥산면 금봉저수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담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본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한 뒤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ATS와 직접 협상해서 엔진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지난해 11월 확정했다. 항공본부는 ATS에 경매 유예를 요청한 뒤 지난 1월 국내외 대리인을 통해서 채권양수 계약을 맺었다. 수리대금을 ATS에 지급해 경매 절차를 취소하게 한 뒤 엔진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러시아 현지에서 보관되던 엔진 3대는 지난 3월 국내로 들어왔다.

이에 A사는 항공본부가 계약 연장 요청에 제때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엔진이 공개 경매에 넘어갔단 입장이다. A사 대표 강씨는 중앙일보에게 “2022년 8월부터 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수출 허가 만료 기간(2022년 12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연장을 조치했다”며 “담당 공무원들의 태만으로 인해 엔진을 출고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항공본부 관계자는 “계약 연장과 별개로 A사가 현지에서 ATS에 대금을 제때 지급했다면 엔진이 압류되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가 자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본부를 향해 신의성실을 다하지 않은 업체가 책임을 묻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A사와 항공본부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2022년 6월 수리를 마친 뒤 국내에 입고된 엔진 2대의 검수 과정에서도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A사는 항공본부의 품질 보증 검수 요구 등으로 인해 수리대금 지급 등이 지연되면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수억원대 벌금을 물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항공본부는 A사의 귀책으로 인해 발생한 엔진 3대 확보 비용을 배상하라며 반소(反訴)를 낼 예정이다. A사는 ATS에 재하청을 줬다는 등 이유로 지난 3월 조달청을 통한 항공본부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헬기 주요 부품 외국 의존도 줄여야”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이틀째인 지난달 29일 오후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된 군용 헬기가 함지산 상공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국유 재산이 타국에 경매로 넘어갈 뻔한 사태에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세훈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유효성 검증 등 입찰 자격 관련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추후 비슷한 분쟁 및 소송에 대비해서 계약 조항에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 규칙에 따른 중재 절차를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헬기 부품의 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카모프 헬기는 부품 수급 난항으로 2027년이면 15대가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산 헬기 수리온(KUH-1)도 주요 부품이 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박혜지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단기간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부품의 국산화를 이뤄내서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에 따른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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