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절도’ 왜 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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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절도 범죄가 급증한 배경에는 장기간 지속한 고물가와 경기 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절도 범죄 비중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무인 점포나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는 매장이 늘어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 범죄는 지난해 8만1349건(잠정)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10만원 이하 절도 범죄는 2020년 5만3060건, 2021년 5만4972건, 2022년 8만666건, 2023년 8만541건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가장 컸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절도 범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이 30.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절도 범죄 피해 금액의 75.8%가 100만원 이하인 것을 고려할 때 생계형 범죄에 내몰린 고령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빈곤층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도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고 가족들에게서도 단절된 경우가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경우 생계형 절도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무인 점포나 무인 계산대를 활용하는 매장이 늘어난 것도 소액 절도 범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은 “대형마트 내 무인 계산대에서는 소액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다이소 매장 한 곳에서 1년간 발생한 절도 피해액이 3억원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 점포 절도 발생 건수는 2021년 3514건, 2022년 6018건, 2023년 1만847건으로 급증세다.
특히 무인 점포에서 발생하는 소액 절도 사건의 경우 청소년들의 범행 비중이 높고, 단독범행보다는 집단범행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절도범죄 피의자 중 61세 이상 다음으로 18세 이하(16.6%)의 절도 범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엄벌을 처하는 데 그쳐선 이 같은 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에서 운영 중인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재범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이며 초범인 경우 등을 고려해 전과 기록 등을 남지 않게 하는 대신 훈방이나 즉결심판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사회적 낙인으로 여겨지는 전과 기록 탓에 범죄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막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전국에서 가장 감경 인원이 많은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경찰서 관할 위원회에 넘겨진 사건 중 감경 처분을 받은 비율이 98.8%였다. 범죄유형별로는 절도, 저작권 위반 등 순으로 감경 처분이 내려졌다. 김 교수는 “단순히 형을 낮춰주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끝낼 게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등의 정책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