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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앞에 놓인 과제는
새 교황 레오 14세가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있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에 기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상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11일(현지시각)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와 가자 등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교황으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부활 삼종기도를 집전하며 “전세계의 권력자들에게, 언제나 유효한 이 외침을 반복해 전한다”고 말해 강력한 전쟁 중단 메시지를 냈다.

레오 14세는 이날 미사에서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끝났지만, 이제 우리는 곳곳에서 ‘제3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직면했다”며 평화의 기적이 세계에 깃들기를 기도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현 시국을 제3차 세계대전에 비유한 바 있다.

레오 14세는 “사랑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며 “참된,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도했고,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선 “현재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즉각적 휴전이 발효되고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며 모든 인질이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10일) 그는 바티칸 밖 첫 외부 방문지로 이탈리아 로마 외곽에 있는 ‘착한 의견의 어머니’ 성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이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찾았다. ‘착한 의견의 어머니’는 13세기에 발견된 성모 마리아 성화를 가리키며, 성화가 발견된 곳은 그가 교황명을 딴 레오 13세(1878~1903년 재위)가 특별한 신심을 보였던 곳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즉위명은 산업혁명 시대 노동조합 결성권을 옹호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 새로운 회칙)을 발표했던 레오 13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오 14세는 이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는 8일 교황이 된 뒤 첫 대중 연설에서 “다리를 놓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을 생각을 내비쳤다.

오는 18일 즉위식을 앞둔 레오 14세 앞에 놓인 과제는 가볍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우경화되는 상황에서 레오 14세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지만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 20여년 사목한 그는 이민자 문제를 최전선에서 경험한 인물이다. 교황이 되기 전 본명으로 운영된 소셜미디어 계정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탄압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영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5개 언어가 유창한 ‘국제주의자’로도 꼽히는 그는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상대하기 껄끄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티칸 전문 언론인 마르코 폴리티는 신임 교황 선출을 두고 “추기경단의 지정학적 대응”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적인 미국인을 백악관의 편협한 미국인(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수석 전략가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스티브 배넌은 “마가 가톨릭 신자들에겐 최악의 선택”이라며 “교황청의 세계주의자들이 던진 반트럼프 투표”라고 경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해온 개혁 노선을 어떤 수준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킬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평신도와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고, 이혼한 사람과 성소수자(LGBTQ)를 포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가톨릭의 개방성을 확장했지만, 보수적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레오 14세 교황은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전통파와 화해해 가톨릭 내부 분열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주 공간으로 택한 사제용 기숙사 산타 마르타의 집이 아닌, 역대 교황들이 거주했던 사도궁으로 돌아갈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전통주의자와 화해하려는 의지”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9월14일 미국 시카고에서 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카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이후 가난한 이들이 많이 사는 페루 북서부에서 10년간 사목 활동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로 다시 파견됐고, 2023년 1월까지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을 역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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