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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30분 공고에… 韓, 32개 서류 제출
당원 여론조사 반대 의견 과반 넘겨
권영세 “모든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사진=최현규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0시5분 회의로 본격 착수했던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작업은 당원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사건 당일 허무하게 무산됐다. 당 지도부는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단일화를 희망하는 당원들에의 ‘충정’을 강변했으나 정작 당원들이 후보 교체에 제동을 걸었다. 당원의 뜻대로 ‘읍참마속’을 하겠다던 지도부는 일순간 모든 명분과 길을 잃었다. 상처뿐인 당과 ‘기호 2번’ 주인 앞엔 단 22일이 주어져 있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 대상으로 “한덕수 후보로의 변경에 찬성하십니까” 질문에 ‘예’ ‘아니요’로 응답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도부는 조사 시작 무렵 “김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파기해 당원을 기만했다”고 강조했으나 당원들의 응답은 의외로 ‘아니요’가 많았다. 격차는 근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오후 11시 비대위회의가 끝난 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된 후보 교체 작업이 당원 투표 단계에서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종전까지 조사에서 당원들은 압도적 비중으로 단일화를 촉구하던 실정이었다. 당사자인 김 후보마저 ‘부결 가능성’을 거론하는 참모들에게 “‘흑백’ 여론조사(이지선다형 조사)에서 ‘아니요’가 ‘예’를 이긴 적은 없다. 기대하지 마시라”고 응수했었다. 김 후보는 당원 투표 결과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당심(黨心)이 돌아선 원인은 결국 새벽을 틈타 벌어진 촌극에 대한 거부감으로 분석된다. 당의 김 후보 선출 취소, 한 전 총리 입당이 짧은 시간 내에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공정성을 의문시하는 여론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김 후보의 선출 취소를 공고한 시각은 10일 오전 2시, 신규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이 공고된 시각은 30분 뒤인 오전 2시30분이었다. 국민의힘은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동안 국회 본관에서 새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새벽녘 이뤄진 갑작스러운 공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는 총 32개 서류를 완비해 제출하며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공공기관이 문을 닫은 시각이었으나 한 전 총리는 자기소개서는 물론 최근 5년간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까지 모든 서류를 갖춘 상태였다. 한 전 총리는 경선 통과자가 아무도 없게 된 국민의힘에도 입당했고, “우리는 식구”라는 입장문을 냈다. 당내에서조차 “단 한 사람을 위한 일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후보는 1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법정에 직접 나와 “(당 지도부는) 새벽 2시에 선출을 취소하고 새로운 후보는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공모했다”며 “그때 나는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후보는 오전에 정당민주주의 훼손을 주장하며 ‘대통령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사안의 시급함을 인식한 법원은 토요일 오후에 심문기일을 열었다. 김 후보는 “어느 정당에 이런 역사가 있느냐. 이게 자유민주주의가 맞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전 당원 상대 ARS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민의힘 전현직 구성원들의 지도부 성토는 점점 커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우리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한지아 의원은 “우리 당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꼭 닮은 데칼코마니식 정치를 했다”고 일갈했다.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하던 김무성 상임고문조차 “이런 절차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 전 총리도 나빠지는 여론을 인식한 기색이었다. 10일 오후 캠프 사무실을 나오며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고생하십니다”라고만 답했다. 외신기자가 국민의힘 입당 이유를 물었으나 즉답하지 않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 전 총리는 10일 밤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김 후보가 대선 승리를 거두기를 희망한다”며 승복 입장을 냈다. 이후 김 후보 쪽에서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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