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남녀노소 126명 90분간 서울시 주최 '한강 멍때리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2025.5.1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멍'이 필요한 순간을 합법적으로 즐기러 왔어요."

전날의 비가 그치고 선선한 강바람이 부는 11일 오후 4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는 한복, 피에로, 라마 분장까지 각양각색 모습의 남녀노소 126명, 80개 팀이 열을 맞춰 앉았다.

이들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 주변에 늘어선 푸드트럭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도 이들은 방해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 때인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매년 열려온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뒤처지거나 무가치하다는 통념을 깨려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기술 점수(심박수 측정)와 예술점수(현장 시민투표)를 종합해 우승자를 가린다.

올해는 군인, 구급대원, 환경공무원, 사회복지사, 기관사, 교도관, 수영선수 등 다양한 시민들이 5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회에 참가했다.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2025.5.11 [email protected]


참가자들은 '휴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싶다', '1초라도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회사 생활에 지쳐 멍을 때리러 왔다'는 등 저마다 참가 사유를 적어 냈다.

근무복을 입고 참가한 2년 차 교도관 김정길(33)씨는 "일을 하면서 '욱'하는 마음이 생길 때도 있는데 마음을 잘 다스리고 싶어 대회에 나왔다"며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우승은 자신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기관사인 김도연(29)씨는 "열차를 운행할 때는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멍을 때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며 "오늘은 나만의 비법을 활용해 제대로 멍을 좀 때려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모와 어린 자녀, 조부모까지 3대가 참가한 팀들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 참가자들 역시 흔들림 없이 진지한 모습이었다. 한 참가자는 "운동하랴 공부하랴 바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잠시나마 틈을 내서 멍을 때리며 자신을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했다.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2025.5.11 [email protected]


외국인 참가자들도 멍때리기에 '진심'이었다. 일본 코미디언이라는 미야가와 다이스케(53)씨는 "재미있는 대회가 있길래 참가해 보고 싶어서 9일에 일본에서 왔다"며 "90분 열심히 멍을 때려서 높은 순위까지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고 했다.

첫 탈락자는 대회 시작 18분 만인 오후 4시 35분께 나왔다. 기권을 선언한 라마 분장의 유튜버 '김라마'는 "1시간은 버틴 줄 알았다"고 웃으며 대회장을 벗어났다.

우승은 포크록 밴드 '포고어택'이 차지했다. 멤버 박병진(37)씨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공연하느라 멍을 때릴 시간이 없었는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737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 중 ‘행위’ 삭제한 선거법, 법사위 통과 랭크뉴스 2025.05.14
47736 '이재명 면소' 공직선거법 개정안,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통과 랭크뉴스 2025.05.14
47735 이번엔 ‘아들 특혜’…김병지 ‘공든탑’ 아슬아슬 랭크뉴스 2025.05.14
47734 "배현진, 미스 가락시장" 발언 논란에…김문수 측 "진의 왜곡" 랭크뉴스 2025.05.14
47733 "남은 인생 본인답게"…서부지법 난동 2명에게 판사가 한 말 랭크뉴스 2025.05.14
47732 홍준표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 랭크뉴스 2025.05.14
47731 '탄핵이 필요한 거죠' 尹 풍자 가수 불송치…KTV 고소 취소 랭크뉴스 2025.05.14
47730 트럼프의 ‘통일’ 언급에 대만 충격…‘中에 대만 팔아먹나?’ 랭크뉴스 2025.05.14
47729 김건희 "검찰 출석 어렵다‥대선에 영향줄까 봐" 랭크뉴스 2025.05.14
47728 서부지법 난동 첫선고 2명 실형…법원 "결과 참혹…모두 피해자"(종합2보) 랭크뉴스 2025.05.14
47727 '조희대 특검법' 법사위 상정…민주 "국민적 요구" 국힘 "사법탄압" 랭크뉴스 2025.05.14
47726 김용민 "'尹 내란사건' 재판장, 룸살롱서 수차례 술접대 받아" 랭크뉴스 2025.05.14
47725 김용민 “윤석열 내란사건 재판장, 유흥주점 접대 여러번 받아” 랭크뉴스 2025.05.14
47724 “국힘과 절연” 홍준표에 권영세 “타고난 인성 어쩔 수 없나 보다”···이준석 “황당” 랭크뉴스 2025.05.14
47723 [속보] 이재명, 산은 이전 대신 “해수부·HMM 부산으로 옮기겠다” 랭크뉴스 2025.05.14
47722 "이재명 피해자 프레임" 방탄복 입고 때린 곽규택…정청래 "귀엽네" 랭크뉴스 2025.05.14
47721 한달만에 3조 기업 인수…관리의 삼성이 달라졌다 [시그널] 랭크뉴스 2025.05.14
47720 성매매하려다 딱 걸린 남성…알고보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랭크뉴스 2025.05.14
47719 ‘서부지법 난입’ 2명 실형…서부지법 판사가 밝힌 소회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5.14
47718 강원 고성군 수동면 비무장지대서 산불 발생···헬기 3대 투입해 진화 중 랭크뉴스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