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5억 들여 외진 산중에 꽃단지…"문중 위한 공원 아닌가"
화순군 "과거 고인돌과 현대 무덤이 공존하는 발상…특혜 없다"


화순군수 외가 문중 땅에 조성된 꽃단지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1일 전남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일대 관광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해당 부지는 구복규 현 화순군수의 외가 문중 땅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2025.5.11 [email protected]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볼 것도 없고 접근성도 안 좋은 장소에 꽃단지라니 특혜 의혹이 나올 만하네요."

전남 화순군이 15억원의 군비를 투입해 만든 '관광 꽃단지'는 찾아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11일 취재진이 찾아간 관광 꽃단지는 도곡면과 춘양면을 잇는 기다란 형태의 고인돌공원 중간쯤 자리 잡고 있었다.

3.4㎞에 달하는 고인돌공원의 중간까지 걸어갈 경우 도곡면 입구에서 50분, 춘양면 입구에서 30분가량 걸리는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관광객들의 개별 차량 통행은 금지돼 있었다.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고인돌공원 내부 셔틀버스를 타더라도 10분은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 만큼 외졌다.

화순군은 이곳에 관광 꽃단지라는 이름으로 가족 힐링 공원과 가족 놀이공원 등 2개의 공원을 지난 3월 준공했다.

이제 막 공사를 마쳐 정돈된 모습이었지만 가족 힐링 공원은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수목만 있을 뿐 볼거리는 없었고, 가족 놀이공원은 잔디밭이 전부였다.

화순군수 외가 문중 땅에 조성된 꽃단지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1일 전남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일대 관광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해당 부지는 구복규 현 화순군수의 외가 문중 땅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2025.5.11 [email protected]


특히 가족놀이공원에는 파크골프 테마를 접목하려고 시설을 조성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전면 철거한 뒤 별다른 놀이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런 꽃단지를 보기 위해 30분 이상 걷거나, 정해진 시간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는 관광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차량 통행이 금지된 것이 무색하게 상당 규모의 주차장이 조성돼 있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특정 가문의 문중 재실(제사를 짓기 위해 지은 집)과 무덤이 있었다.

꽃단지 조성 사업이 이뤄진 토지 대부분은 이 문중의 소유로 확인됐다.

결국 이 문중으로서는 산골짜기 논밭에 불과하던 땅을 공원과 주차장으로 만들고 진입로까지 공짜로 정비한 셈이다.

또 해당 부지를 화순군에 5년간 임대하기로 하면서 임대료로 1억7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더욱이 이 가문은 구복규 현 군수 외가 문중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한 주민은 공직선거법상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구 군수를 고발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광주에서 고인돌공원을 방문한 관광객 이승원(45) 씨는 "특별함도 없는 외진 곳을 누가 굳이 찾아갈지는 모르겠다"며 "결국 해당 문중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개별 공원을 조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화순에 거주하는 한 주민(62)도 "주민의 혈세를 군수가 쌈짓돈 쓰듯이 선심성으로 쓰면 안 된다"며 "이미 조성된 공원을 없앨 수는 없지만 활용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순군수 외가 문중 땅에 조성된 꽃단지
(화순=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1일 전남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일대 관광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해당 부지는 구복규 현 화순군수의 외가 문중 땅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2025.5.11 [email protected]


화순군은 '특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화순군 관계자는 "꽃단지 조성사업은 고인돌 유적지 활성화를 위해 과거(고인돌)와 현대(무덤·재실)가 공존하는 산속 비경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한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후인 2003년 해당 가문에서 임야 35만㎡를 매입했고, 꽃단지 부지도 추가 매입하려 했지만, 문중의 반대로 임대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임대료는 ㎡당 70원 정도로 감정평가를 근거로 산출했다"고 특혜 의혹을 반박했다.

구 군수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성만 같을 뿐 저와 전혀 관계없는 문중"이라며 "고인돌공원을 국가 정원으로 추진하는 것과 연계해 공원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629 [단독]檢, 건진 처남 측근 '尹경호팀장' 조사…경찰 인사청탁 의혹 랭크뉴스 2025.05.12
46628 꿈쩍않던 전공의 일부 왜 복귀 원하나··· “이대로면 전문의 취득·군 입대 피해 너무 커진다” 랭크뉴스 2025.05.12
46627 전광훈 구속영장에 ‘눈물’ 흘렸던 김문수···‘광화문’ 극우 청구서 받나 랭크뉴스 2025.05.12
46626 윤석열 전 대통령 첫 포토라인 설까…법원 '지상 출입' 방침 랭크뉴스 2025.05.12
46625 '이재명 살리기' 허위사실공표죄 축소 시행 땐... 첫 수혜자 전북교육감 랭크뉴스 2025.05.12
46624 단일화 밀어붙이다 찢긴 보수… ‘빅텐트’보다 급해진 집안 수습 랭크뉴스 2025.05.12
46623 검찰, 코인 파헤치다 공천 헌금 '법사폰' 열어… '김건희 의혹' 새 국면 랭크뉴스 2025.05.12
46622 ‘내란 우두머리 혐의’ 尹 오늘 3차 공판 출석… 첫 포토라인 서나 랭크뉴스 2025.05.12
46621 [단독] 생활고에 라면 한봉지 ‘슬쩍’… 1만원 이하 절도 4년새 2배 랭크뉴스 2025.05.12
46620 "오십견? 파킨슨이었다" 척추 명의가 무시한 이상 징후 랭크뉴스 2025.05.12
46619 尹, 오늘 걸어서 중앙지법 청사 입장…포토라인서 입 열까 랭크뉴스 2025.05.12
46618 "日은 쌀값 폭등했는데"…정부, AI로 수급 정확도 높인다[Pick코노미] 랭크뉴스 2025.05.12
46617 김문수만 믿고 김문수만 때리다 8일만에 끝난 ‘정치인 한덕수’ 랭크뉴스 2025.05.12
46616 "싱크홀 무서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수도까지 옮긴다는 '이 나라' 어디? 랭크뉴스 2025.05.12
46615 대선 후보 갈아 치운 국민의힘 '막장' 정치... "쿠데타 책임 물어야" 랭크뉴스 2025.05.12
46614 李 광화문, 金 가락시장 택했다…여기서 대선 첫 유세하는 까닭 랭크뉴스 2025.05.12
46613 미·중 이틀 연속 마라톤 관세협상…트럼프는 “큰 진전 이뤘다” 랭크뉴스 2025.05.12
46612 [속보] 젤렌스키 “15일 튀르키예서 푸틴 기다릴 것” 랭크뉴스 2025.05.12
46611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작년 사상 첫 10% 돌파 랭크뉴스 2025.05.12
46610 푸틴 대화 제안에 젤렌스키 "직접 보자"…휴전협상 급물살탈까(종합2보) 랭크뉴스 2025.05.12